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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비비드 인더스트리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그룹 페시 PESI


전병휘(왼쪽)와 송승준. 페시 2015년 전병휘와 송승준이 의기투합해 만든 곳으로 가구, 조명, IT 제품,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선보이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다. ‘Possibility, Essential, Standpoint, Interpret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 지었다. 페시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럼버, 팀버, 미스트, 블렌드 인투 스페이스, 덤보, 후로 이츠, 드레스 등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제품 운반과 재활용이 용이한 플랫팩flat-pack 형태의 가구를 주로 디자인한다. studiopesi.com
페시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거창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코스COS. 의류 브랜드이지만 매년 여러 디자인·건축 스튜디오와 협업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부홀렉 형제Ronan & Erwan Bouroullec.

최근 들어 당신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스튜디오 이전.

2019년 당신이 주목하는 것은?
2019 밀라노 디자인위크.

지금껏 ‘한국적 디자인’을 말할 때면 흔히 고궁이나 전통 공예에서 모티프를 얻은 문양, 재료, 기법 등을 떠올렸다. 하지만 한복을 벗고 빌딩 숲에서 살아가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그러한 전통의 이미지가 과연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병휘, 송승준이 설립한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페시’가 선보인 제품 럼버, 팀버, 미스트 등은 ‘오늘의 한국적 디자인’을 고찰해보게 한다. 페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특징은 한국의 제조 환경과 생활 환경, 동양의 이미지 등을 반영하고 제작 공정의 효율성 및 사용의 확장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스트는 안개의 이미지와 구슬발의 형태를 결합한 모듈식 파티션이다. 이는 서양에서는 서늘하고 불길한 이미지로 묘사되는 안개를 동양에서는 고요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하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TPU 소재로 만든 세 가지 길이의 유닛과 고정 장치를 활용해 크기와 용도를 마음대로 확장하며 파티션이나 커튼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저 너머의 모습을 보일 듯 말 듯하게 가리는 안개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골판지로 만든 가구 럼버와 팀버는 페시를 <디진Dezeen> <디자인붐Designboom> 등 해외 매체에 알리게 한 대표 프로젝트다. 박스 제작에 사용하는 소재에 다이 커팅 프레스 가공 방식을 결합한 이들 작품은 박스를 각목처럼 말아 스툴, 테이블, 선반장 등으로 조립해서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렴한 소재와 간단한 제작 공정으로 가구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작품은 소재, 공정, 가격, 시간 면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를 닮아 있다. 즉 한국의 외형적 특징이 아닌 오래 들여다보며 부대껴야 알 수 있는 한국의 정서와 속성을 디자인에 녹인 셈. 또한 특히 럼버는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등 선명한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는 페시가 만든 디자인 언어 ‘비비드 인더스트리Vivid Industry’와도 연결된다. “유럽의 산업 디자인은 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전방위적인 데 반해 한국은 전자와 IT 제품이 중심입니다.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범용적인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한국 산업 디자인의 영역 확장을 가로막는 요인 같아요. 저희는 산업 디자인이 접근하기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페시는 진화하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의 표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전자 제품, IT 제품을 다루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가구 및 리빙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흐리고 모호해졌다.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보다 여러 분야를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들이 높게 평가받는 것인데 페시의 블렌드 인투 스페이스는 여기에 가장 정확히 부합되는 제품이다. 삼성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공모전의 일환으로 선보인 이 디자인은 무선 충전기이자 생활 소품인 동시에 가구이기도 하다. 무선 충전기 고유의 납작한 형태를 트레이로 해석하고 이를 베이스로 거울, 시계, 연필꽂이 등 다양한 기능과 결합시켰는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공간 안에서 의미 있게 존재하도록 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디자인 스튜디오를 꿈꾸며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취업이 아닌 독립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의 디자인에 대해 논할 때 특정한 이미지들이 떠오르잖아요? 그런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각국의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의 공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스튜디오가 많아지길 바라고 디자인을 통해 한국의 정서와 문화, 산업 환경이 전 세계에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시작했죠.” 산업 디자이너로서 책임감을 갖고 기획, 제작, 재활용 등의 모든 공정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성을 고민한다는 이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앞날이 궁금해지는 이유, 지난 3년간의 행보가 그 대답이 되어준다.




럼버Lumber
골판지와 PVC 리벳못만을 사용해 디자인한 조립식 사이드 테이블 컬렉션. 총 11가지 골판지 각재를 다양하게 조합해 여섯 가지의 테이블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미스트Mist
동양의 구슬발을 재해석해 안개로 형상화한 모듈식 파티션. 세 가지 길이의 모듈과 한 개의 연결 고리를 활용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블렌드 인투 스페이스 Blend into Space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주최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무선 충전 제품. 생활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가구와 테이블 제품 형태로 디자인했다.






팀버Timber
럼버 컬렉션의 연장선으로 진행한 선반장 시리즈. 15가지 부품을 활용해 각각 높이와 길이가 다른 75가지 선반을 만들 수 있다.




덤보Dumbo
접이식 구조를 활용해 디자인한 스툴과 테이블. 커팅과 절곡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공정을 통해 낮은 단가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후로 이츠Furo Isu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을 위해 디자인한 가구. 일본의 전통 목욕 의자를 재해석한 형태로 애시 집성목과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를 조합해 스툴, 테이블, 선반을 만들었다. 조립식으로 작했으며 보관과 운반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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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은영, 편집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