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해원, 이규현, 강원석. 프롬헨스 런던의 디자인 회사 PDD, 시모어파월Seymourpowell 등에서 경험을 쌓은 이규현이 대학 후배 강원석, 조해원과 합심해 2015년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브랜드다. 시계, 선글라스 등 패션 아이템부터 생활용품, 식기류, 가구, 인테리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프롬헨스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romhence.com
프롬헨스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밥줄이자 우리가 즐기는 놀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에르메스. “좋은 품질의 물건을 찾다 보면 에르메스”라는 말에 공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넨도의 오키 사토.
최근 들어 당신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이규현) 최근 집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시공 품질의 부족함이 눈에 거슬린다.
2019년 당신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 이 두 나라의 관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2015년 시계 브랜드로 알려지기 시작한 프롬헨스는 출발과 동시에 차세대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로 주목받았다. 이규현, 강원석, 조해원으로 이뤄진 프롬헨스의 첫 제품 ‘워치 701’은 간결하지만 멋스러운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로 큰 인기를 끌었고 2016년 IDEA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대중적으로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유통하기 좋은 아이템과 경쟁력 있는포지셔닝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규현 대표는 오히려 프롬헨스가 시계 브랜드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꺼렸다. 생활용품인 손톱깎이를 후속작으로 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금속 공정 노하우를 지닌 대구의 로얄금속과 협업해 완성한 ‘클리퍼1401’은 용접 없이 금속판을 접어 만든 손톱깎이로 세련된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춰 2017 코리아디자인어워드 프로덕트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다시 패션 아이템으로 돌아왔다. 가벼우면서 튼튼한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 만든 ‘선글라스 4701’로 지난해 독일디자인어워드에서 수상한 것. 올해 4년 차인 프롬헨스는 브랜드와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활동을 오가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과감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규현은 “디자인 사고를 배운 사람으로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뮤지션, 엔터테이너, 회사 대표 등 여러 직분을 프로페셔널하게 소화하는 윤종신 같은 브랜드가 되길 원했다고 할까요?(웃음)”라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프롬헨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제품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신제품을 내자마자 또 다른 모델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모든 것을 쏟아부어 디자인을 끝냈는데 그걸 부정하고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꼈죠. 그래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분야당 우리가 생각하는 마스터피스 딱 하나씩만 디자인하자고 결정했어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만큼 프로젝트마다 새로 공장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곧 출시를 앞둔 유기 수저도 공장 섭외부터 제작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국내의 내로라하는 유기장들을 다 만났어요. 주물을 붓고 굳힌 후 깎는 전통 방식을 지키면서 금속의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도 보여주고 싶어서 제작 방식을 바꿨어요. 거푸집에 주물을 붓고 덩어리를 만든 후 다시 말랑말랑해질 만큼 가열하고 금형을 누르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롬헨스는 일을 하는 데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장의 작업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태도 덕분에 작년 한 해 동안 경기도주식회사, 한국전통문화전당 등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월간 <디자인>이 주관하는 코리아디자인어워드의 트로피 디자인 및 아이덴티티 리뉴얼은 프롬헨스에게 유독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어워드 브랜딩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저희가 수상했던 상을 디자인한다는 것도 뜻깊었고요.” 프롬헨스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브랜드는 유년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소년기, 더 나아가 청소년기에 접어든 브랜드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지난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미처 끝내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을 마무리 짓고 4월에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여해 새로운 프로젝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집중했던 금속에서 벗어나 유리 소재를 깊이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 생기 있는 표정으로 아직 경험해보고 싶은 디자인 프로젝트가 넘쳐난다고 말하는 세 사람을 보고 있자니 꿈 많은 청소년기의 브랜드가 맞구나 싶다.
유기 수저 세트
국내 유명 유기장들을 찾아다니며 완성한 수저 세트. 완성도에 대한 프롬헨스의 집념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코리아디자인어워드 트로피와 아이덴티티
월간 <디자인>이 주관하는 코리아디자인어워드는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이런 헤리티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프롬헨스는 켜켜이 쌓인 레이어로 시간성을 표현했다. 트로피의 경우 보는 각도에 따라 K, D, A가 드러나도록 구성했다.
클리퍼 1401
부천 로얄금속의 40년 기술력과 프롬헨스의 디자인 역량이 시너지를 냈던 프로젝트. 오른손과 왼손을 사용할 때의 서로 다른 압력까지 고려한 손잡이 형태, 연마석으로 질감을 살린 마감, 합리적인 가격대 등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손톱깎이다.
ㄱㅎ40과 ㄱㅎ55
ㄱㅎ40
ㄱㅎ55
신新 전통문화 상품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작품들. 혼인을 주제로 한 이 프로젝트에서 이규현 대표는 담양 죽공예 작가들과 조명을, 소목장·옻칠 장인·매듭 장인과 함을 제작했다.
선글라스 4701
애플의 제품 생산 방식 그대로 알루미늄을 통으로 깎아 제작한 선글라스.
더블세이브 S도마
중소 제조 기업 제이엠그린과 협업해 완성한 도마. 경기도주식회사의 디자인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프롬헨스는 주방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색상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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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바이라인 : 글 최고은 프리랜스 에디터, 편집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