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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지금 그래픽 디자인 교육기관은 어떤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나?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PaTI



PaTI를 처음 마주하는 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일반 대학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행정적, 경영적, 구조적 단어를 볼 수 없다. 이곳에서 학생은 ‘배우미’로, 교수진은 ‘스승’으로, 무엇보다 디자인은 ‘멋지음’이라는 우리말로 통한다. 학사과정에 해당하는 ‘한배곳’, 석사과정으로 유추할 수 있는 ‘더배곳’ 그리고 ‘진수과정’이 있다. 그러나 이해를 돕기 위한 비교일 뿐 다른 학교의 교육과정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이곳은 그래픽 디자인, 또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만 똑 떼어 가르치지 않는다. 시각적 소통 방법은 음식, 공간, 제품 할 것 없이 보이는 모든 것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배우미들의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수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PaTI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협업할 준비가 된 마음과 태도다. PaTI의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객체를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공동의 출발선으로 한다. 그러나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작은 규모에 구성원 간의 거리가 가깝다는 특성이 화목함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PaTI는 디자이너 각자의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도록 장려한다. 수업은 자신의 삶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해 본인만의 고유한 미학을 찾기 위한 과정이나 다름없다.

한배곳 1학년은 여러 활동에 필요한 감각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로 동시대의 다양한 인문적 관심거리를 살핀다. 2, 3학년은 통합 과정으로 타이포그래피, 글쓰기 등 본격적인 심화 수업을 하고, 동시에 각자 관심거리와 맞닿은 PaTI 스승의 스튜디오에 속해 ‘모험유닛’이라는 과정에 속하게 된다. PaTI가 가진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이것을 발행하기 위한 단계이기도 하다. 4학년은 졸업 프로젝트를 기획, 수행해 독립을 준비하고, 물론 필요에 의해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수업
설립한 지 10년이 되었으니 ‘오래된 수업’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전체 커리큘럼이 자주 바뀌는 것 또한 PaTI의 특징이다. 그러나 오래된 것에서 디자인의 원리를 발견하는 수업이 있다. 날개(교장) 안상수 선생의 수업 ‘훈민정음 디자인론’. 한글을 가장 멋진 디자인 산물로 보고 훈민정음해례본을 디자인의 관점으로 읽어내 감응한다. 학생들이 서로 해석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한 수업 중 가장 최근에 생긴 수업은 더배곳의 ‘매체상점’이다. 일종의 팝업숍을 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매개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대면하는 수업이다. 조건은 팝업숍을 준비하며 투자한 비용만큼은 꼭 회수하는 것. 2022년에는 망원동 ‘XXPRESS’에서 ‘Stockist’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동의학’은 아마도 PaTI에서만 볼 수 있는 수업일 것이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이상엽 스승의 말에 따르면 몸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색을 다양하게 감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동의학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하나로 이해해보는 수업이다. 배우미에게 맞는 명상 방법을 찾아내는 ‘명상과 수행’ 수업도 있다. 심리학, 철학, 예술, 뇌과학과 다양한 경전 등을 연계해 매 시간 다양한 유형의 명상을 수행한다.



PaTI의 웹사이트.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커뮤니티
PaTI는 동문과 함께 하는 행사와 교육이 다양해 하나의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방학마다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개설해 가르치고 배우는 프로그램 ‘테크네’에서도 졸업한 동문이 스승이 되어 이끌기도 한다. PaTI의 자체 기획 행사인 ‘파주자유음악잔치’를 실현하는 수업에서는 현장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들이 스승이자 동료로 참여한다. 이렇게 재학생과 졸업생의 활발한 소통은 한번 PaTI를 경험한 후에는 모두들 어떤 식으로든 모교에 환원하는 데에 있다. 이 외에 ‘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라는 이름의 인터뷰 콘텐츠도 운영 중이며 학교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최문경
PaTI 타입미디어센터 스승

“2022년 영국 〈모노클〉이 주최하는 모노클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에게 보다 좋은 삶을 만드는 중요한 50가지를 발표했는데요. PaTI가 교육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단 하나뿐인 디자인 학교(Most Unique Design School)’로 선정되었습니다. 당시 수상 소감으로 ‘우리는 학생이 단지 그래픽 디자이너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농장을 경영하고, 정육점 또는 목공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파티는 설립 때부터 ‘(배우미) 스스로 삶을 디자인한다’는 지향점을 말해왔습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전형적인 직업을 재정의하며 살아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지원 과정
1차 서류 전형(온라인 지원서, 자기소개서, 작품첩, 1인 이상의 추천서)
2차 신입: 워크숍 & 면접, 편입: 면접
등록금 한배곳 544만 5000원, 더배곳 605만원(2023년, 한 학기 기준)
*학기 중 최대 3회까지 분할 납부할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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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슬기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