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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소디움파트너스의 25년
아시아나항공, 풀무원, 매일유업, 청정원, 아모레퍼시픽, 홈플러스 등 문화, 운송, 식품, 뷰티 분야를 비롯해 킥고잉, 소프트베리 등 스타트업 플랫폼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브랜딩 & 아이덴티티를 맡은 소디움파트너스가 올해 25주년을 맞이했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오래도록 활약할 수 있었던 저력에 대해 물었다.



소디움파트너스 정일선 대표 파트너는 2008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디자인 전략이란 전통적인 논리만으론 표현할 수 없었던 영역에 3차원적인 디자인의 언어를 가미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생각은 현재도 유효하다. 소디움파트너스가 프로젝트 규모나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현재까지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 대중성 속에 의외성을 만드는 핵심은 결국 디자인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소디움파트너스에게 디자인이란 단순히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수행하는 과정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리더십 비즈니스’이자 ‘디자인의 렌즈를 통해 상대의 갈증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주도권을 가지는 일’에 가깝다. 식품 제조를 전문으로 했던 제일제당이 생활 문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또 아시아나항공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사를 포지셔닝하기 위해 한 일이 소디움파트너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듯이 말이다. 덕분에 제일제당은 CJ라는 사명과 함께 정돈된 계열사 체계도를 마련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적 감각을 가미한 CI 리뉴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아이덴티티 유지와 변화의 기로에 선 풀무원도,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헬스 & 뷰티 스토어란 첫 단추를 꿰고 싶은 올리브영도 소디움파트너스라는 관문을 거쳤다.



CJ 디자인 아이덴티티 리뉴얼.

아시아나항공 디자인 아이덴티티 리뉴얼.
소디움파트너스의 업력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프로보노Pro Bono(*)다. 창업하자마자 매년 매출액의 3%를 소외 계층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 단체를 도우는 데 활용하겠다는 취지에서 ‘크리에이티브 엔젤스’란 재능 기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굿네이버스, 무이숲 브랜딩 모두 크리에이티브 엔젤스 프로그램을 계기로 탄생했다. 정일선 대표는 영리 프로젝트에서 얻은 자산을 비영리 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건강한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사내에서도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지난 25년간 소디움파트너스가 견지해온 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의외로 ‘빨리 성장하지 말자’는 것.

정점을 찍고 난 이후에는 내리막길일 수밖에 없는데 무엇 때문에 그리 서두르겠느냐고 정일선 대표 파트너는 외려 묻는다. 그러한 그에게서 25년간 쌓아온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느긋함이 느껴진다.

(*)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for the public good(공익을 위하여)’이라는 의미다.



풀무원 디자인 아이덴티티 리뉴얼.

올리브영 CI 및 패키지 시스템 디자인.

셀렉스 CI 리뉴얼 및 패키지 시스템 디자인.

정일선
소디움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식품, 뷰티, 모빌리티, 문화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일한다.
늘 어렵기는 하지만 매 프로젝트가 재미있다. 문제에 몰입하다가 해결책을 딱 만났을 때, 클라이언트가 우리의 제안에 솔깃해서 반응할 때 엔도르핀이 솟는다. 잘해내고 싶으니까 매번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각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 상대방이 쓰는 용어를 이해하는 게 프로젝트의 첫 단추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맡으면 해당 분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자주 가서 기웃댄다. 일례로 나는 세리시이오SERICEO(**)가 생겼을 때부터 아침 7시 30분에 열리는 CEO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데 거기에 오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우리밖에 없더라.(웃음)

(**) 2012년 11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분리, 독립한 지식 서비스 전문 플랫폼.

일할 때 반드시 하는 것이 있다면?
프로젝트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묻고 그와의 대면 인터뷰를 요청한다. 담당자가 어렵다며 거절하더라도 다시 부탁한다. ‘어렵다’는 건 지레 불편함을 짐작하는 것일 뿐 우리는 그 결정권자가 ‘예스’ 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만약 이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인터뷰는 디자이너에게 프로젝트를 한층 명료하게 바라보는 힘을 주고, 클라이언트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기에 중요하다.



플랜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 개발.
킥고잉 디자인 아이덴티티 개발.
디자이너의 사회적 지위와 책임에 유독 관심이 많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일을 한다는 건 우리가 가진 값진 재능을 쓰겠다는 뜻 아닌가. 그러니 전문가로 존중받는 업계 환경을 만드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일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내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1990년대만 해도 디자이너 입지라는 게 영 불합리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기업과 계약서를 쓸 때 ‘을’의 입장인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불합리한 조항을 한 줄 한 줄 반박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소디움파트너스만 왜 그러냐?”라고 하면 오히려 더 밀고 나갔다. 훗날 후배들에게 “게으른 선배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한다”라는 푸념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장통을 겪는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스로를 위해 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회사나 대표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본인을 위해 능력을 쓰라고. 예나 지금이나 시장은 늘 치열하고 경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있지 않겠나.



해태제과 디자인 아이덴티티 리뉴얼.

굿네이버스 디자인 아이덴티티 개발.
스튜디오 운영 노하우가 있는가?
CI 리뉴얼 같은 장기 프로젝트와 패키지 디자인 같은 단기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는 것. 호흡이 긴 것과 짧은 것이 섞여 있어야 재무 흐름도, 인력 운용도 한결 편하다. 내가 미국 랜도Landor에서 일할 때 배운 노하우다.

소디움파트너스가 30살이 되었을 때에는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가?
차세대, 젊은 프로페셔널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에 관한 질문이면 좋겠다.


자료 제공 소디움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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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윤솔희 객원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담당 서민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