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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서체 장인을 길러낸다 히읗

캠퍼스 너머의 디자인 교육

1 글로벌 프로젝트가 우리의 교과서다 파브리카
2 현장에 강한 실무형 디자이너를 기른다 사디
3 삶이 중심이 된 디자인 교육을 실천한다 파티
4 우리의 교육은 현장을 닮아 있다 아메바 UX아카데미
5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생을 꿈꾼다 힐스
6 서체 장인을 길러낸다 히읗


히읗이 수집한 다양한 종류의 활판
히읗은 타이포그래피 개념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능한 실물을 직접 보여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정식 명칭 히읗학원
설립 연도 2012년
위치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2-20 4층
학생 정원 15명 내외
교육 기간 (개설되는 과목에 따라) 8주~6개월
설립자 최주영, 이용제, 심우진
전공 과목 한글 디자인, 폰트디자인, 타이포그라피
주요 교수진 김나연(그래픽 디자이너), 박경식(알파벳 디자인), 박지하(한글 디자이너), 심우진(타이포그래퍼), 이용제(한글 디자이너), 김기조(그래픽 디자이너) 등
www.markethiut.com


엄밀히 따지자면 서체 디자인은 문자의 발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대 상형문자부터 중세 시대 필사본에 사용된 화려한 서체, 모더니즘이 낳은 산세리프부터 디지털 시대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자까지 서체는 언제나 그 시대와 지역을 반영하곤 한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교육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디자인 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대학에서 다뤄야 할 분야가 지나치게 많아진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히읗의 탄생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실적인 이유로 정규 대학 과정에서 타이포그래피 교과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던 서체 디자이너들이 뜻을 모아 히읗의 설립을 도왔다. 학교를 설립한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히읗은 이미 서체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특별한 홍보를 한 적도 없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차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수강생 대부분은 디자이너와 디자인과 학생이지만 전공을 바꾸고자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있고 서체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개발자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히읗의 교육 체계를 정리한 다이어그램.


1 담소체
디자인
손진식
히읗 수강생 손진식이 디자인한 서체. 심보선 시인의 서정적인 감성을 디자인에 녹였다.
2 꽃
디자인
(왼쪽부터)전희성, 강환엽, 이용제, 김주연, 장미혜, 유명상, 김성연, 서정은, 손진식, 박현아 /히읗 학생과 교수가 디자인한 서체.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홍대 앞 <크리에이티브 다>에서 진행되는 히읗의 첫 번째 전시의 일부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많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진 않지만 개설된 수업 하나하나의 의미와 상징성은 남다르다. 히읗의 교육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직접 활자를 제작하는 타입페이스 디자인 수업이 있다. 16주간 진행되는 ‘한글 디자인’ 수업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한글 폰트를 만드는 과정을 세분화하고 단계별로 교육한다. 이 수업에서는 한글 서체뿐 아니라 알파벳과 문장 부호 디자인도 병행해 각 문자의 특징을 비교하며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서체의 크기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타이포그래피 수업이 있다.

10주 과정의 이 수업은 기초 조형 교육과 활자에 대한 이해부터 전문적인 타입 제작 영역까지 아우른다. 무의미한 이론 수업이 되지 않도록 이론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실물을 직접 보면서 교육을 실시한다. 더욱 깊이 있는 수업을 위해 학교가 직접 옛날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인쇄물 등 미디어 영역까지 다루는 퍼블리싱 수업이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은 차츰 실제 서체가 책이나 웹에 어떻게 활용되고 적용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그래서 히읗은 작년 말부터 편집 디자인 수업이나 컬러 매니지먼트 시스템(CMS) 같은 수업을 추가 개설했다.

특히 컬러 매니지먼트 수업은 철저하게 실무에 입각해 유용한 지식을 제공한다. 디자이너가 컴퓨터에서부터 인쇄와 영상 출력에 이르기까지 색상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인데 모니터에 뜨는 색상만 믿고 그대로 인쇄물을 출력했다가 당황한 적이 있는 디자이너라면 이 수업이 얼마나 실용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히읗은 이 수업과 연계해 올해 안으로 인쇄 공방도 만들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특강을 진행한다. 다양한 실무 디자이너들이 특강을 진행했고, 타입페이스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다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강의에 참여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수업도 유연하게 진행된다. 수업 내용에 따라 이론과 실무를 넘나드는 교수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때로는 일반적인 수업 방식과 전혀 다른 실험적 접근을 하기도 하며 수업 결과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다. 현재 히읗은 단과 학원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규 학생을 모집하고 학교와 같은 정식 커리큘럼도 도입할 예정이다. ‘깊이’보다는 ‘넓이’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히읗의 심화된 교육은 더욱 진가를 드러낼 것이다. 히읗을 통해 배출되는 서체 장인들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이포그래피 워크숍
히읗에서는 활자 짜기부터 레이아웃까지 그래픽디자인의 기초를 꼼꼼히 가르친다. 책으로만 배우던 여러 가지 개념을 직접 적용해보며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Interview 이용제 히읗 교수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타이포그래피 교육이 필요하다.”

히읗(ㅎ)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히읗이라는 자음은 한글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활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글의 특성은 직선과 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히읗이라는 자음 안에는 이런 한글의 특징이 모두 담겨 있어서 이 글자가 타이포그래피 학교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학교 설립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제일 처음 학교를 설립했을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공간 문제였다. 다행히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힐스가 공간을 빌려줘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6개월 정도 그곳에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교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수강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게 되어 지금의 합정동 건물로 이전하게 됐다.

보통 몇 명 정도가 수업에 참여하나?
15명 내외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10명 미만을 받아본 적도 있고, 20명 이상을 받아본 적도 있었는데 우리 수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학생 수는 15명인 것 같다. 단, ‘완성형 한글 폰트’ 수업은 특성상 5~7명으로 한다. 수강을 하는 데 큰 제약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 단계에 따라서 어느 정도 기초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히읗이 기르고 싶은 인재상에 대해 말해달라.
‘온전한’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이 히읗의 목표다. 기술만 훌륭하다고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성과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각이 바른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싶다. 인성 교육이 되지 않은 디자이너가 기술만 좋다면 그가 만들어낸 디자인 역시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다.

히읗의 수업 중 실무와 연계된 프로젝트도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타이포그래피 잡지 <히읗>과 연계한 수업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교육만으로는 실제 적용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6월 이후에는 결과물을 실제 인쇄물에 적용하는 수업을 개설할 것이다.

타이포그래피 교육이 디자인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영역이다. 문자는 자국의 문화를 대변한다.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고 그러한 디자인이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심화된 타이포그래피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학교 혹은 교육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는가?
교육은 사회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대학교는 대학교대로, 히읗처럼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적 요구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각자가 나름대로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어떤 방향이 옳다고 규정할 순 없다. 단지 그 요구 조건이 무엇이든 간에 학교와 그 안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Interview 박현아 히읗 수강생
“히읗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수업이 존재한다.”

히읗에서 처음 들었던 수업은 ‘좋은 한글 폰트’라는 특강이었다. 사실 영문 서체에 대한 책은 수십 가지나 되지만 한글을 주제로 한 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명조체, 고딕체, 탈네모꼴 등 한글 서체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어떤 폰트가 좋은 것인지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을 뿐 그에 대한 확신이 없던 내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직접 폰트를 만들어보는 수업과 스파르타식으로 진행했던 타이포그래피 워크숍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히읗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수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진정성 있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자세도 히읗의 큰 장점이다. 수업을 한번 들어보면 다른 수업이 궁금해질 만큼 묘한 매력을 지닌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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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