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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Inspiration 이도에게
문자는 한 민족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요, 동시대적 사고를 담는 틀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한글이 고릿적 유물이 아닌,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진화하는 콘텐츠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한글을 연구하고 디자인하는 서체 디자이너들이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해 서체 디자이너 12명에게 물었다. “만약 세종대왕에게 가상의 메시지를 남긴다면?”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서체로 쓴 12개의 메시지에는 한글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듬뿍 묻어난다.

됴웅체
1921년 한남서림에서 발행한 영웅 소설 〈됴웅젼〉(조웅전)의 본문 글자체를 본으로 삼아 디자인한 방각본* 계열의 세로쓰기용 반흘림 서체다. 음성 모음과 ㅅ, ㅈ, ㅊ이 만날 때의 획 형태나 받침 ㄹ의 형태 등은 원본의 특징을 살렸다. 원본 글자 고유의 분방함을 고스란히 계승해 얼핏 보면 디스플레이용에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본문을 이루었던 글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글줄로 조판했을 때 본연의 매력이 살아난다. 현재 markethiut.com에서 판매 중이다.



하형원 hyngwn.com 인스타그램 @hyngwnwn 서울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현재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주로 레터링 베이스의 그래픽이나 로고타이프를 만든다. TAAL 아키텍트 같은 건축 사무소와 협업해 사이니지를 디자인하는 등 공간 브랜딩 작업도 겸한다.






윤슬바탕체
단정한 획과 날렵하게 뻗은 이음 줄기가 특징인 명조 글꼴. 가는 붓으로 쓴 듯한 인상의 서체다. 붓으로 쓴 글씨 형태를 그래픽으로 가공하고, 획이 가늘어지고 크기가 작아질 때 약해지는 붓글씨의 특징을 강조했다. 굵기와 회색도를 조절해 긴 호흡의 글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한글 1만 1172자를 모두 담았으며 오픈타입OpenType 기능을 이용해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모두 지원한다. 또 언어 설정에 따라 문장부호 위치가 자동으로 조정된다.



윤민구 yoonmingoo.net 인스타그램 @yoonmingoo 그래픽 디자이너 겸 서체 디자이너. 2002년 바른글꼴을 시작으로 윤슬체, 신세계 글꼴, 윤슬바탕체 등의 글꼴을 만들었다.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의 글꼴 디자이너 및 연구원을 거쳤고 현재는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E ´CAL) 대학원에서 타입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둥켈산스
독일어로 둥켈dunkel은 ‘어둡다’는 뜻이고 산스는 부리가 없는 글자를 말한다. 함민주는 블랙black이나 헤비heavy가 다른 서체에 비해 가는 편인 기존 한글 서체에서 탈피해 좀 더 굵은 형태의 한글 서체를 실험해보았다. 둥켈산스는 1940~1950년대에 직접 손으로 제작한 굵고 강렬한 영화 포스터 타이틀에서 주로 영감을 얻었다. 손으로 스케치한 것을 컴퓨터로 작업해 출력하고 그 위에 다시 펜으로 덧칠하는 방식으로 획의 굵기에 살을 붙였다. 둥켈산스는 포스터나 간판 타이틀용으로 제작했으며 24포인트 이상 크기로 써야 작은 속 공간이 잘 보인다. 이 서체는 퓨쳐폰트futurefonts.xyz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함민주 minjooham.com 인스타그램 @minjooham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서체 디자이너.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서체 디자이너로 약 6년간 근무한 후 라틴 타입 디자인에 대해 더 배우고자 2015년 네덜란드로 건너가 헤이그 왕립예술학교 타입 미디어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그 후 독일 베를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주로 해외 폰트 회사와 다국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펜바탕 Regular
양장점의 첫 번째 서체 개발 프로젝트 ‘펜 시리즈’ 4종 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본문용 서체로 ‘한글 이탤릭체, 현대의 필기 문화 반영’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한글 흘림체의 구조적 특징과 필순, 필압 등 볼펜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서체에 반영했다. 향후 펜바탕 Regular의 구조를 바탕으로 네임펜, 샤프, 사각 촉 매직펜의 특징을 반영한 ‘펜바탕 Semibold’, 펜돋움 Thin’, ‘펜돋움 Heavy’를 개발할 예정이다.



양장점 yang-jang.com 라틴 알파벳 디자이너 양희재와 한글 서체 디자이너 장수영으로 이뤄진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장수영은 산돌커뮤니케이션 재직 시절 격동체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4년 제5회 방일영문화재단의 한글글꼴창작지원사업에 장수영이 선정되며 펜바탕체를 기획하게 됐고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에서 아트 디렉션을 공부한 양희재가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팀을 결성하게 됐다.



바람.체
여러 가지 옛 글자체의 특징을 조합해서 디자인한 세로쓰기 전용 활자다. 2011년 <타이포잔치: 동아시아의 불꽃>에 전시하기도 한 이 서체는 본래 4종으로 서체 패밀리를 계획했으나 제작 과정에서 1종이 더 늘어나며 전체 5종으로 구성하게 됐다(아직 새로 추가한 1종은 그리지 못했지만). 이 중 가장 굵은 엑스트라 볼드와 가장 가는 울트라 라이트는 디스플레이용이고 나머지 3종은 텍스트용이다. 한글 서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소셜 펀딩을 통해 제작했다.



이용제 leeyongje.com 한글 디자이너이자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세로쓰기 전용 활자 ‘꽃길’과 ‘바람’을 디자인했고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전용 서체 ‘아리따’ 개발에 참여했다. 타이포그래피 잡지 <히읗>과 <모임꼴> 발행인으로 <한글+한글 디자인+디자이너> 등을 저술하기도 했다. 공저로는 <한글 디자인 교과서>와 <활자 흔적> 등이 있다.





칼국수체
‘칼국수’는 글자 형태에서 따온 이름이다. 2015년에 완성한 서체로 굳이 갈래를 분류하자면 휴머니스트 산세리프에 가깝지만, 형태의 파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 범주에 없던 새로운 서체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받침이 있는 글자인 경우 부분적으로 중성과 종성이 붙어서 흘려 쓴 듯한 효과를 내도록 디자인했다. 형태상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짧은 표제에 사용할 때 서체 특유의 리듬감이 극대화된다.



한동훈 인스타그램 @donghoonhaan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후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서체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폰트나 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디자인과 일상을 연결하는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네이버포스트와 월간 <디자인>이 진행한 ‘스타에디터’ 공모전에 선정된 바 있다.





Tlab 더클래식 & 더클래식 이탤릭
손글씨 특유의 필력감을 살리는 동시에 본문과 더불어 타이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서체다. 총 10개의 서체 패밀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이탤릭체의 경우 정체의 디자인 요소를 가감하거나 자소 형태를 변형하되 전체 흐름과 톤을 맞추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탤릭체에 적합하게 변형한 자·모음 형태와 섬세함이 살아 있는 곡선의 생동감은 더클래식 이탤릭을 한결 돋보이게 만든다.



박윤정 typolab.co.kr 박윤정앤타이포랩 대표. 척박했던 1980~1990년대 한글 디자인계를 개척해나간 고 김진평에게 글자 디자인을 배웠다. 기본에 충실한 글자 디자인은 편리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현장과 교단을 넘나들며 만난 디자이너들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한글 서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옵티크
한글과 라틴문자(로마자)을 위한 서체로, 한글의 붓과 라틴문자의 넓은 펜촉broad nib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서체 이름은 프랑스어 ‘optique’(눈의, 시각의)에서 따왔는데, 글자 패밀리를 시각적 크기에 따라 본문용과 제목용으로 나누어 구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본문용은 낮은 대비에 속 공간이 커서 작게 써도 잘 읽히도록 디자인했고, 제목용은 높은 대비와 돋보이는 세리프로 눈길을 끌 수 있도록 했다.



* 외국어 소리 /F/를 위해 한글 자음을 하나 더 만들어보았다. 세종대왕이 쓴 ‘훈민정음 가획의 원리’를 따랐는데 오늘날에 맞게 잘 다듬고 응용해서 쓰는 것도 세종대왕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 글자는 세종대왕께 드리는 디자이너의 선물이다.

노은유 서체 디자이너·연구자. 활자공간,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 등에서 일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체’, 대한불교조계종의 ‘석보체’ 등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다. 2017년 네덜란드의 헤이그 왕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현재 네덜란드에서 프리랜서 서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AG최정호 스크린
한글 서체 개발에 평생을 바친 고 최정호.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는 그가 남긴 원도를 바탕으로 인쇄용 글꼴 ‘AG최정호체’를 개발했다. AG최정호 스크린은 이 서체의 부리 글꼴이 지닌 미감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리디자인한 것이다. 최정호체 특유의 우아한 인상을 유지하되 부리와 맺음의 형태를 간략하게 다듬고 기존보다 속 공간과 줄기 사이의 간격을 크게 해 시원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이 서체는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연구비 지원으로 제작한 것이다.



구모아 인스타그램 @moa-ku 한글 서체 디자이너로 산돌커뮤니케이션을 거쳐 현재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 팀장을 맡고 있다. 글꼴과 레터링 작업 대부분이 붓글씨를 비롯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손글씨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다. 현재는 AG최정호 스크린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며 새로운 글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돌 청류
1960년대에 사용하던 낱글자를 복원하는 ‘시대의 거울’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2017년에 발표했다. ‘청류’는 명분과 절의를 지키는 깨끗한 사람이란 뜻으로 4·19 혁명의 주인공으로서 강한 어조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학생 운동가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자면字面에 꽉 차 있는 글자와 날카롭게 꺾이거나 뻗쳐나가는 획이 특징. 획이 많을수록 자폭이 늘어나는 가변폭으로 제작했다. 산돌의 최성우가 디자인 디렉팅을, 김진희가 프로젝트 기획 및 서체 디자인을 담당했다. 서체는 산돌구름(www.sandollcloud.com)에서 이용권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김진희 인스타그램 @ggenuineee 단국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현재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서체 디자이너로 근무한다. 청류체 외에도 1960년대 부당함에 저항했던 노동자들의 힘찬 목소리를 담은 노도체, 산업화의 중심에 있던 고속도로의 이미지를 표현한 로터리체, 인쇄물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빠르게 발전한 대중문화의 속도감을 형상화한 프레스체 등을 디자인했다.





공간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 쓰는 문자인 만큼 어디로, 어떻게 모을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공간은 중력’이라는 개념을 서체에 부여했다. 만약 자음과 모음이 물리적 성질을 갖는다면 중력을 통해 자연스럽고 균일하게 모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글자의 질서이고, 질서가 지닌 논리적인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이 서체다.



김태헌 gulza.com 단국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한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타이포그래피와 한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개인 작업과 전시를 병행해오다 2013년 다섯 가지 두께로 구성된 한글 서체 ‘공간’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글꼴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글자연구소Gulza Lab를 통해 글꼴 디자인과 판매,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을 한다.





이면체
‘글자를 2개로 쪼갤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서체. 디자이너는 자음과 모음, 직선과 곡선, 여성과 남성, 유기물과 무기물,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 같은 개념적 혹은 물리적 요소로 글자를 잘게 나눠보고자 했다. 그리고 나뉜 조각들을 새롭게 이어 붙이는 형태로 이면체를 완성했다. 제목용으로 제작한 이 서체는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다듬었다.



김태룡 인스타그램 @taeryong.kim 단국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글 서체 ‘이면체’와 ‘산유화’를 디자인한 그는 필요한 것과 재미있는 것을 그리고, 필요한 것을 재미있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그룹 ‘필요와 재미 사이’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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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기획 최명환 기자 / 디자인 김혜수 디자이너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