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본성은 디지털을 싫어합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건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디지털 회로로 구동되는 아날로그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될 겁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발생하는 열을 다루기 위해 섬세하게 회로를 설계하는 건 제게 기쁨입니다. 그 따스한 불빛의 매력과 부드러운 사운드에 취하는 건 기쁨의 열매지요.”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로봇 개발업체에서 하드웨어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는 손제호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 예찬론자다. 역량 있는 메이커지만 그는 자신의 제품이 여전히 취미에 머물러 있음을 고백했다. 각종 규제와 디자인 때문이리라. “태생이 공대생입니다. 케이텔 시절 고전음악 동호회장을 지낼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지만 악기 연주는 할 줄 모릅니다. 자연스레 오디오에 입문했고 지난 20년 동안 진공관 앰프로 자작 오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부품 구하기가 쉬워 제 또래는 물론 은퇴한 사람들도 종종 메이커로 나서지요. 제게는 디자인이 정말 어렵습니다. 키트를 사면 한번 만들어본 뒤 방치하기 마련이라서 제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을 고려해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제가 개발한 키트에 역량 있는 디자이너가 참여해 근사한 제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그가 메이크위드와 함께 내놓은 키트는 이렇다. 뭔가를 만드는 건 일단 부품 확보가 시작이다. ‘나무와 향기 스피커’에는 전기차 테슬라에 들어가는 원통형 18650 배터리를 쓴다. 충·방전 보호회로의 설계가 아주 중요한데 기본적인 지식 없이 전기를 다루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다. 성능 뛰어난 블루투스 모듈을 채택하고 USB 5V 어댑터를 써서 인증 규제를 피했다. 스피커는 성능 스펙으로 선택하지만 조화로운 디자인을 위해 파운텍이라는 스피커 전문 회사의 제품을 골랐다. 그리고 공들여 설계한 보드 회로를 만들어 제공하면 그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다. 키트에 포함된 히노키 목재는 조립 매무새가 좋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새롭게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저 역시 여력이 된다면 디자인을 해킹해 스팀펑크 아트처럼 금속공예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비용 때문에 상업성은 없을 겁니다. 취미니까요. 사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구성해야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십수 년동안 오디오를 만든 터라 지금 제가 꿈꾸는 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날로그 제품이에요.” 한때 제어계측을 전공하고 현재 ‘뽀로로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엔지니어는 시종일관 아날 로그와 인간미에 대해 얘기했다.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상품성을 한층 개선시킨 진공관 손목시계다. GPS 모듈이나 리얼타임 클록을 쓰기 때문에 오차가 없고 이미 판매에 성공한 적이 있다고. 주말이면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도슨트로 나서는 ‘리빙 크리에이터’ 손제호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켰다. 청명한 음색이 흘러나온다.
키트 상품 디자인 해킹 공모전
모집 분야 메이크위드의 키트 제품 두 가지(나무와 향기 스피커, 향기 나는 노을 무드 등) 중 구매 후 직접 디자인 해킹하여 자신의 스타일로 재구성
모집 기간 상시 makewith.co
접수 방법 메이크위드 사이트에 디자인 프로젝트로 업로드(제목과 태그에 ‘디자인 해킹’ 내용 필수 추가)
선정 기준 월간 <디자인>, 메이크위드 공동 선정
선정 발표 상시
혜택
1) 재료비 지원(지원 금액은 디자인 심사 후 안내)
2) 상품화 선정 시 선금 제공(조건에 따라 20~100만 원)
3) 주요 매체 기사 게재
문의 daniel@makewith.co 02-2262-7129
- 아날로그를 꿈꾸는 디지털 전문가 손제호 메이크위드+디자인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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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이 살 보금자리와 먹거리를 스스로 찾지 않게 된 것은 산업화 이후 세상 모든 일이 분업화된 덕분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부품 재료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도구로 진화를 이뤄낸 호모 파베르 시절의 본능을 되찾고 있다. 월간 <디자인>이 소개하는 메이커와 함께 나만의 멋진 제품 디자인에 도전해보자.Share +바이라인 : 글 최민관 기자, 사진 김정한(예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