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테크놀로지 2023에서 선보인 합타.
메이블린의 가상 메이크업.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로레알 브로우 매직.
뷰티 테크 기업으로 퀀텀 점프
로레알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유럽 최대 규모의 정보 통신 기술 기반 스타트업 행사 ‘비바 테크놀로지 2023’에 뜻밖의 손님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로레알. 3박 4일간의 행사를 통해 로레알은 명실상부 뷰티 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사실 로레알은 최근 몇 년간 각종 디바이스를 개발하며 뷰티 테크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핵심은 맞춤형 화장품 제작과 포용성 확대다. 맞춤형 화장품 제작용 디바이스로 산하 브랜드인 입생 로랑 뷰티의 ‘루즈 쉬르 메쥬르’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AI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립 컬러 디바이스로, 레드, 누드, 오렌지, 핑크 총 네가지 컬러 카트리지를 기반으로 컬러 블렌딩을 통해 수천 가지 색상을 제조할 수 있다. 원하는 컬러가 없을 경우 해당 컬러가 들어간 물건을 자체 개발한 앱으로 촬영해 동일한 색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케라스타즈의 K-스캔.
로레알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메타 프로파일러.
맞춤형 디바이스가 소비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합타Hapta는 배리어프리 디자인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지원한다. 손과 팔의 움직임이 제한적인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화장품을 바를 수 있도록 돕는 장비로, 내장된 스마트 모션 컨트롤 장치와 맞춤형 부착 장치 덕분에 손과 팔의 한정된 움직임 안에서도 무리 없이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 원하는 자세로 전환하거나 유지할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특정 동작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AI 기반의 피부 진단 기기 ‘메타 프로파일러’와 두피 모발 진단 기기 ‘K-스캔’ 등 가정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진단이 가능하도록 돕는 제품을 개발하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테크 스타트업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등 생태계 조성에도 한몫하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개인화와 자기표현을 가능케 하는 뷰티 테크를 세상에 선보일 것”이라는 바바라 라베르노스Barbara Lavernos 연구혁신 및 기술 부문 부사장의 말에서 신뢰감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loreal.com @lorealgroupe
프링커 M으로 종이에 타투를 인쇄하는 모습.
프링커 플랫폼.
프링커 M에 잉크 카트리지를 결합하는 모습.
타투의 패션화를 이끄는 손안의 혁신가
프링커 M
최근 로레알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프링커 코리아의 소형 타투 프린팅 디바이스. 2015년 첫 모델을 선보인 뒤, 기존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 한손에 들어오는 크기로 축소하여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잉크 카트리지를 결합했을 때 한쪽으로 쏠려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무게를 분산시켰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액세서리를 부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하단부를 모듈화해 분해와 결합이 용이하도록 했다. prinker.co.kr
기획·디자인 이창준
심플함과 위트의 찰떡궁합
UUUUU 젤 램프
브랜드명마저 손톱 모양이 연상되도록 지은 네일 전문 브랜드 UUUUU의 젤 램프. 제품 디자인도 손톱 형태이자 브랜드 로고처럼 U자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장된 UV LED 조명으로 젤 네일을 굳히는데, 제품 하단에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해서 사용한다. 흔히 젤 네일을 램프로 ‘굽는다’는 표현에서 착안해, 패키지에는 마치 오븐과 가스레인지를 결합한 듯한 일러스트로 위트를 표현했다. uuuuu.kr
코스맥스 메타.
3WAAU를 통해 제작한 맞춤형 화장품들.
화장품 ODM 기업의 넥스트 레벨
코스맥스
화장품과 건강 기능 식품의 연구·개발·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코스맥스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1992년 이래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생산자 개발 방식) 기업으로서 국내외 뷰티 브랜드의 파트너 역할을 자임해온 코스맥스는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최근 1년간의 발표를 지켜보면 그동안 뷰티 브랜드들의 든든한 코치로서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초에는 디지털 타투 디바이스 기업 ‘프링커 코리아’와 협업해 완성한 섀도 커스텀 디바이스 ‘컬러잼’이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기술력을 널리 알렸다. 사용자 얼굴에 메이크업 컬러를 가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앱으로 미리 메이크업 상태를 확인한 후 원하는 색상의 파우더만 출력해 사용 가능하다. 이는 팔레트를 사용할 때 선호하는 일부 색상만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도출한 솔루션인데, 타깃층의 사용 패턴을 면밀히 연구하고 분석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인사이트였다.
지난 3월에는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 ‘3WAAU(쓰리와우)’를 출범하며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의 기조에 합류했다. 웹사이트에서 1:1 문진표를 작성하면 1260만 가지 경우의 수에 기반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 레시피를 제공한다. 코스맥스의 디지털 전환은 메타버스로도 이어졌다. 5월 발표한 디지털 전시 및 고객사 소통 플랫폼 ‘코스맥스 메타’는 메타버스 안에서 연구개발 자산을 살펴볼 수 있는 ‘메인 홀’과 전시 겸 B2B 미팅 공간 ‘파트너십 홀’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파트너십 홀을 활용해 해외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혁신을 거듭하며 업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코스맥스의 추후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cosmax.com @cosmax.official
나만의 맞춤형 에센스 만들어보기
뷰티 디바이스까지 점령한 북유럽 디자인
루나
다채로운 색감으로 주목받는 스웨덴 스킨케어용 디바이스 브랜드 ‘포레오Foreo’의 핵심 제품. 형태는 간결하지만 피부 개선 효과를 위한 세세한 실리콘의 결이 인상적이다. 기기 작동은 뒷면 전원 스위치와 강도 조절 스위치 2개로 가능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전용 앱을 통해 디테일하게 작동 방식을 설정할 수 있다. foreo.com
목에 걸기만 해도 업되는 피부 탄력
메이크온 LED 패치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 제품. 메인 부품인 밴드에, 피부의 국소 지점에 LED 빛을 집중적으로 쪼일 수 있는 패치가 연결되어 있다. 피부에 맞닿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부위에 대해 집중 케어가 가능하다. 별도의 버튼이나 계기판을 최대한 줄여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는데,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디자인의 화장품 용기를 연상시킨다. @makeon.kr
디자인 정수현
스킨케어 서포터
리듀잇 부스트
스킨케어 제품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뷰티 디바이스.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스위스의 뷰티 테크 기업 리듀잇에서 출시했다. 크림이나 세럼을 바른 뒤 기기로 문지르면 손으로 바를 때보다 더 많은 양을 피부 속 깊이 흡수시킬 수 있다. 측면은 실리콘으로 마감하고 피부와 직접 닿는 부분은 스테인리스로 처리해 청결하다는 인상을 주며, 세척과 관리도 편리하다. reduit.com
아이 매치 버추얼 셰이드 엑스퍼트.
나보다 더 내 피부를 잘 아는 큐레이터
에스티 로더
가상현실, 첨단 장비, AI 등 뷰티 테크 영역 내에서도 다양한 세부 분야가 존재한다. 한국에서 갈색 병으로 유명한 에스티 로더의 관심 분야는 AI와 증강현실이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의 한 세션에서 에스티 로더는 AI를 통해 뷰티 산업의 대대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며 효율적인 공급망 형성, 개인화, 포용성 증진 등 AI로 개선 가능한 지점들을 설명했다. 실제로 에스티 로더는 지난 1월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화장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앱 ‘VMA(Voice-Enabled Makeup Assistant)’를 영국과 아이슬란드에 시범적으로 출시했다. 사용자 얼굴에서 정확하게 메이크업이 필요한 부위를 식별해 음성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VMA 앱의 아이콘과 실행 중 화면.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이다.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체감하기도 전인 2017년 이미 업계 최초로 자사의 뷰티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증강현실 메이크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다음 해에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뷰티 앱 ‘유캠 메이크업YouCam Makeup’을 출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립스틱을 실제로 사용하기 전에 가상으로 테스트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으로, 현재는 전 세계 모든 에스티 로더 매장에 비치된 아이패드로 간편히 이용할 수 있다.
유캠 메이크업보다 한층 더 세밀한 분석과 추천이 가능한 ‘아이 매치 버추얼 셰이드 엑스퍼트i Match Virtual Shade Expert’는 8만 9969가지 피부 톤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피부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파운데이션을 추천한다. 에스티 로더는 기술 기반의 큐레이션 덕분에 고객 충성도 증가는 물론 구매 전환율이 이전보다 2.5배가량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무래도 뷰티 브랜드를 넘어 장차 고객 개개인을 위한 뷰티 전문 큐레이터로 거듭날 모양이다. esteelauder.co.kr @esteelauder
스마트하게 초음파로 케어하기
LG 프라엘 더마쎄라
정교한 초음파 기술을 기반으로 얼굴 라인을 관리하는 뷰티 디바이스. 사용자가 정확하게 초음파를 제어해 원하는 부위에 효과를 집중시킬 수 있다. 포항공대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피부에 닿는 헤드 크기와 손잡이 두께를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프라엘 제품 중 처음으로 와이파이를 탑재해 전용 앱과 연동 가능하다. 앱을 통해 피부 유형 진단, 권장 사용 주기, 얼굴 부위별 사용 가이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lgpral.kr
뷰티 브랜드에 추진력을 달아줄 로켓 정거장
스타일테크 유망 기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뷰티·패션·리빙 분야에 AI와 사물 인터넷 등 각종 정보 통신 기술을 융합한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아모레퍼시픽, 클리오 등의 대·중견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참여 기회, 서울 주요 지역 공유 오피스 제공, 데모데이 참가 기회 등을 8개월간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5기까지 모집 완료되었으며, 내년에 6기를 모집할 계획이다. styletech.kidp.or.kr
문의 031-780-2217(한국디자인진흥원 산업육성실 동반성장팀), styletech@kidp.or.kr
- 아름다움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뷰티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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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티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더 이상 친환경 성분과 패키지 디자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기업이 전기·전자 기술과 로봇, AI,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향상시키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뷰티 테크’라 불리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뷰티 브랜드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화장품 ODM 기업, 문제 해결에 몰두하는 스타트업 등 체급에 상관없이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 모여들고 있다. 기술 혁신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각축장이 된 뷰티 테크의 현재를 조명한다.Share +바이라인 : 글 박종우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