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누하스, 쉼의 사유를 디자인하다 <휴식의 취향: 당신은 어떻게 휴식하고 있나요>전




성수동 누하스 아뜰리에.

〈휴식의 취향〉
총괄 누하스 브랜딩실(정은아 실장, 성소라 팀장, 아라이 리카, 정하은 디자이너, 주보균 포토그래퍼)
전시 인터랙션 브러쉬스트로크
영상 뷰비젼 스튜디오
협업 브랜드 비히어나우(김성렵 대표)
웹사이트 nouhaus.co.kr

언제부터인가 휴식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았다. 워라밸이 유행처럼 번졌고 헤드스페이스, 오픈, 캄 등 디지털 명상 앱이 붐을 이뤘으며 슬립테크 시장은 해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독일의 현대음악가 막스 리히터가 2015년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앨범 〈슬립Sleep〉을 발매했다는 사실도 쉼을 향한 현대인의 갈망을 대변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쉼 자체에 대해 사유해보았을까? 혹자는 친구들과 모여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홀로 서재에 앉아 책 읽는 행위를 휴식이라 여긴다. 누군가에게는 중노동에 불과한 집 안의 놋그릇 닦는 일이 어느 공예가에게는 낙이요,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식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휴식은 개인의 취향과 결부된다. 일찍이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취향이란 미美를 판정하는 능력’이라 했다. 이는 휴식이 미학적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성수동 누하스 아뜰리에에서 열리는 〈휴식의 취향: 당신은 어떻게 휴식하고 있나요〉(이하 〈휴식의 취향〉)전은 휴식과 취향, 미적 경험이 한데 어우러진 자리다. 휴식에 관한 본질적이고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번 전시는 크게 보기, 듣기, 읽기, 마시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누하스는 매 프로젝트마다 눈에 띄는 크리에이터,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2019년 첫 번째 전시 〈Solacement〉에서는 플라워 스튜디오 아보리스타와 함께 위안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고, 2020년 5~7월에 열린 〈Imaginary Conversations〉전은 현대 미술가 김혜나, 최수진, 김한솔, 임소담, 그리고 뮤지션 SEP, 안재진 트리오, DJ 소울스케이프, 우치와 협업했다. 다음 전시는 빛을 통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Alluring Illumination〉으로 조명 아티스트 부지현의 작품과 함께 공간을 연출했고, 가장 최근에 열린 네 번째 전시 〈Sense Of Consolation(위로의 감각)〉은 민음사, 프루스트와 문학 작품을 4권 선정해 누하스 클래식 안마의자의 네 가지 컬러 테마에 맞춰 소개한 기획이었다.

누하스의 감도 높은 큐레이션은 이번 전시에서도 여지없이 빛났다. 4명의 크리에이터를 각 파트별로 매칭시켜 이들이 생각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휴식의 의미와 관점, 그리고 구체적인 휴식 방법에 대해 들어보는 영상 인터뷰를 진행한 것. 영상감독 용이, 피아니스트 손열음, 영감의 서재 102 대표 박지호, 허벌리스트 담비가 바로 주인공이다. 전시 영상을 관람하는 행위를 온전한 휴식의 순간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람객이 누하스의 첫 번째 프리미엄 마사지 체어 라인 ‘바이 크바드라트’에 앉으면 의자 주변으로 센서가 작동해 주변의 조도가 낮아지고 자동으로 영상 인터뷰가 재생된다. 인터랙티브 기술을 통해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각 파트마다 설치한 4개의 조명 오브제도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누하스가 이번 전시를 위해 컬래버레이션한 곳은 오브제 브랜드 비히어나우BeHereNow로 촉각, 시각, 청각, 후각이라는 테마에 맞게 조명을 큐레이션했다.

이를테면 조명에 작은 스피커를 설치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거나, 인센스 스틱을 꽂아 피어오르는 연기마저 오브제의 일부가 되도록 한 것. 해당 감각을 동원해 공간에 인상적인 무드를 만들어주는 오브제인 셈이다. 감도 높은 취향을 소개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통해 일상과 휴식에 영감을 보태고자 하는 누하스의 브랜드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비히어나우는 향후 시즌별로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해 오브제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시대의 지표가 된 휴식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왜 우리는 이토록 휴식에 몰두하게 됐을까? ‘사회가 너무 각박해서’라는 뻔한 변명은 관두자. 그보다는 휴식의 긍정적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 휴식은 취향의 발견이요, 미학적 체험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즉 휴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누하스가 이번 전시를 통해 던지는 ‘우리는 얼마나 잘 쉬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데 마음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대체할 수 있다.


누하스 방식으로 쉬기
전시장에 놓인 네 종류의 바이 크바드라트 체어는 덴마크의 유서 깊은 텍스타일 브랜드인 크바드라트의 소재를 활용했다. 고급스러운 컬러와 품질, 간결함, 혁신을 모토로 수준 높은 기술력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곳의 브랜드 철학은 누하스의 방향성과 결을 같이한다. 누하스의 큐레이션은 브랜드가 빚어낸 걸작에 그럴듯한 날개를 달아주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을 테마로 휴식에 대한 성찰을 제안하는 전시로 말이다. 여기에 4개의 조명 오브제까지 더해지자 두꺼운 감각의 외피가 완성됐다. 존 버거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제안했다면 누하스는 이번 전시에서 감도 높은 제품과 오브제를 매칭시켜 ‘누하스 방식으로 쉬기’를 제안한다.









네 가지 컬러, 네 개의 바이 크바드라트
우주 속 심연을 담아낸 코스믹 블랙은 블랙박스 한가운데 앉아 스크린에 맺힌 이미지의 환영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누하스는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서 홀로 느끼는 편안함과 환상적인 이미지에 몰입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그레이 컬러의 체어 컴포트 그레이는 ‘읽는 시간’과 매칭시켰다. 텍스트를 마주할 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사색의 시간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디자인도 없다. 아티스티 퍼플은 이름처럼 예술적 감각을 반영한 것이 특징. 보라색이 고흐의 침실, 지미 헨드릭스의 상징적인 컬러인 것처럼 퍼플 컬러를 앞세워 창의성과 예술적 영감을 어필한 체어다. 마지막으로 ‘마시는 시간’과 매칭된 클라우드 베이지는 햇살을 머금은 구름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코스믹 블랙과 아티스티 퍼플의 패브릭 디자인은 스위스 디자이너 알프레도 헤베를리Alfredo Häberli가 맡았고 컴포트 그레이, 클라우드 베이지의 패브릭은 일본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아키라 미나가와의 작업이다.


청각


시각




후각


촉각

네 가지 감각, 네 개의 오브제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황동 등 메탈 소재를 사용하고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완성한 비히어나우의 조명 4종은 하나같이 시적이다. 촉각, 시각, 청각, 후각의 요소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그대로 ‘촉각’, ‘시각’, ‘청각’, ‘후각’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은 감각에 집중한 이번 전시의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진다. 특히 바이 크바드라트 체어와 함께 설치된 모습은 전시 경험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예컨대 ‘후각’은 인센스 스틱을 꽂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비추는 조명이다. 덕분에 전시장 내부에 은은한 향이 감돌아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시각’은 긴장감이 느껴지는 조형미가 특징이다. 가늘고 긴 막대기 양 끝에 매달려 은은하게 빛나는 2개의 LED 조명이 시선을 잡아끈다. 한편 무지개 다리를 떠올리게 하는 ‘촉각’은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한 디자인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비밀스러운 소리를 내는 ‘청각’ 역시 감각에 충실한 조명이다. 이렇게 비히어 나우의 첫 번째 라인업은 간결하지만 의미 있는 내용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다.


네 명의 크리에이터, 네 가지 휴식법
누하스는 이번 전시에서 보고, 듣고, 읽고, 마시는 감각에 탁월한 크리에이터 4명을 초대해 각자의 휴식법과 쉼에 대한 관점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마련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를 시작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감각적인 영상미로 주목받은 도널드 시럽 대표이자 영상감독 용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이자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손열음, 책디자인건축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엮는 영감의 서재 102의 박지호 대표, 차뿐 아니라 향과 음악이 어우러진 워크숍을 진행하는 담비스티룸 대표이자 허벌리스트 김담비가 말하는 휴식에 대한 이야기다.



용이
도널드 시럽 대표

“진정한 휴식의 시간에 닿으려면 3단계가 필요해요. 그중 첫 번째가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뇌가 쉴 수 있고 그다음에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어요. 저는 휴식이 필요한 시간에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켜요. 전화도 받지않고, 문자도 확인 안 하죠. 이렇게 혼자 있을 때야말로 오롯이 제 감정에 충실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즉 혼자가 된다는 것이 곧 휴식인데요, 밖에 나가서 혼자 술을 마신다든가 혼자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죠. 주로 다큐멘터리를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영화나 드라마 역시 흥미롭고 휴식에 탁월한 매체이지만 때로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때도 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때는 영화 〈코스모스〉처럼 그저 경이로운 기분이 드는 영상 콘텐츠를 주로 봐요.”

용이의 추천 영상 영화 〈북샵〉 〈코스모스〉 〈엑스 마키나〉, 드라마 〈데브스〉




담비
허벌리스트
“단조로웠던 삶에 긍정적인 충격을 주는 일이야말로 제게는 쉼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장소, 감각적으로 차려진 공간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음식을 먹고 맛과 향을 느끼며 오감 을 일깨우는 일이 휴식으로 이어지죠. 이러한 시간은 평소에 느끼고 생각했던 것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때문에 창의적인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에게 특히 더 중요합니다. 차실을 운영하고 허벌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을 하는데, 저 역시 자연과 식물에서 영감을 얻고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요. 차를 마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 제게 차를 마시는 일이란 여행과 같은 기분을 선사해줘요. 허브차 한잔을 통해 맛과 향을 느끼며 경험하는 시간이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과 닮았죠.”

담비의 추천 차 9월에 피는 국화와 박하, 모과, 자작나무 껍질, 탱자나무 열매를 블렌딩한 ‘황금들판차’, 볶은 보리, 로즈메리와 지실을 블렌딩한 ‘아침이슬차’, 우롱 찻잎과 견과류를 한데 갈아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갈차’




손열음
피아니스트
“직업 특성상 공연을 위해 세계 각 도시를 자주 옮겨 다니다보니 그 사이사이에 반드시 질 좋은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무대에 선다는 것은 아주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일입니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고, 따라서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게는 최고의 휴식이에요. 제게 휴식이란 내면을 비워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대에서 쏟아낼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여독을 깨끗하게 풀고 홀가분해질 수 있게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듣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손열음의 추천 음악 알리시아 데 라로차, 엔리케 그라나도스, 아트 테이텀, 빌리 조엘의 노래




박지호
영감의 서재 102 대표
“저에게 휴식이란 제게 맞는 루틴으로 생활하는 것입니다. 오전부터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잠시 책을 보는 시간을 가져요. 업무는 점심식사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요, 오전에 휴식 시간을 보냄으로써 업무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하루를 쾌적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마치 몸을 해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없애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읽기의 효능이라고 생각해요. 또 머릿속이 산란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을 때는 글렌굴드 등 다양한 연주자의 피아노곡을 듣는 것도 좋아요.”

박지호의 추천 도서 난다 출판사의 〈걸어본다〉 시리즈, 조르주 신농의 추리소설 시리즈 〈메그레〉,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을유문화사의 〈글렌 굴드〉

Share +
바이라인 : 글 유다미 객원 기자 담당 서민경 기자 공간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자료 제공 누하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