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공간디자인페어〉
기간 8월 3~6일
장소 코엑스 D홀
주최 메쎄이상
협업 간삼건축, 한국실내건축가협회, 호텔 아비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 소비 경향을 좌우할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공간력’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비대면 시장의 활성화와 비례해 실제 공간의 의미와 역할 역시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공간디자인페어는 공간력이 공간 디자인, 호스피탈리티·리테일 산업 등에 미친 나비 효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주최사인 메쎄이상이 주제를 ‘경계 허물기: 공간 디자인, 호스피탈리티, 리테일 산업의 융합’으로 정한 것도 공간력이 강조되는 동시에 언급한 세 영역이 한데 묶이는 현상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상업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가구 및 가전 브랜드, 건축사 사무소, F&B 브랜드와 IT 기업 등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을 한데 모았다. 일례로 자율 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는 실외 배송 서비스 로봇 ‘일개미’를 선보였는데, 호텔과 각종 리테일 공간에서도 활용 가능해 업계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음료 서비스 플랫폼 ‘더치랩’은 경계가 허물어진 산업 생태계에서도 디자인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시장 내에 카페를 설치해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을 위한 오아시스 역할을 맡았다. 인테리어는 레드와 블랙을 메인 컬러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포스코 글로벌 R&D 센터와 협업해 리유저블 패널로 제작한 커피 추출 기구를 전시함으로써 지속 가능성과 미학적 완성도 모두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건축업계의 혁신적 시도는 관람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건축 스타트업 ‘스페이스 웨이비’는 기획관 ‘모듈러 하우스’로 이동 가능한 주거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간삼건축)는 새로운 유형의 숙박 시설인 ‘타이니 리조트Tiny Resort’를 최초 공개했다. 아웃도어 레저 문화의 늘어나는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고객의 취향에 따라 커스텀 가능하도록 모듈형으로 디자인했다.
한편 ‘경계 허물기’에 대한 논의는 콘퍼런스 ‘디자인 써밋’으로도 이어졌다. 박중현 지랩 대표, 김성순 쿠쉬맨& 웨이크필드 코리아 전무, 정진호 라보토리 대표 등 노련한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3일간 이어진 강연 중 허준 글로우서울 CMO의 공간 경험 브랜딩 세션이 특히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브랜딩과 공간 사이 상호 연결성을 강조하며, 앞으로는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spacedesignfair.co.kr
2023 공간디자인페어를 빛낸 전시들
공간디자인페어에서 최초 공개한 타이니 리조트.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타이니 리조트
2018년부터 자회사인 스타트업 간삼생활디자인을 통해 이동식 모듈 주택 ODM을 선보여온 간삼건축은 내년에 출시할 타이니 리조트를 선공개했다. 20m² 미만의 공간을 100%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여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운반하는 ODM은 세컨드 라이프에 대한 수요와 맞물리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ODM 빌리지, 스테이 ODM 등 여러 모델로 분화하며 국내 주거 문화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타이니 리조트는 주거보다는 아웃도어 레저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했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다.
실내 공간은 콤팩트하게 구성하되, 사용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외부 활동을 지원하는 아웃도어 블록 ‘프렌즈Friends’들을 자유롭게 조합해 설치할 수 있다. 고요하고 차분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저쿠지 ‘카머Calmer’, 불 피우기가 가능한 ‘더 테라스The Terrace’, 야외 극장 ‘토토Toto’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야외 활동이 가능하다. 고객이 원하면 모듈화된 블록을 추가해 크기를 키울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타이니 리조트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전시 디자인과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원 유닛One Unit = 원 리조트One Resort’라는 콘셉트로 전시장에 배치한 ODM과 프렌즈들이 하나로 결합되어 개인화된 리조트나 다름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는 객실과 부대시설이 분리되어 있는 일반 호텔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공개된 제품이 당장이라도 생활이 가능할 것처럼 보여야 했기에, 프렌즈들과 ODM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사소한 소품까지 곳곳에 배치했다. 새턴바스, 아웃도어박스 등 여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해 전시 공간을 완성했다. 조경 디자인을 맡은 서울가드닝클럽은 그라스와 야생화를 활용한 자연스러운 정원을 조성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을 부여했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포착한 상품 기획과 실감 나는 전시 연출 덕분에 간삼건축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gansam.com, ghed.co.kr
주관 간삼건축 사업기획그룹
디렉터 이효상
상품 디자인 및 전시 총괄 강완경
상품 디자인 김옥수, 황세연
협업 브랜드 네스트, 새턴바스, 테솔리빙, 도슨트퍼니처, 아웃도어박스, 유니밋, 서울가드닝클럽
ODM 제품에 부착된 간삼건축 로고.
간삼건축 호스피탈리티 디자인부문장
이효상
“타이니 리조트는 한마디로 ‘글램핑의 확장’이다. 유럽과 일본에는 글램핑이나 미니 리조트 등 한국보다 다양한 숙박 상품이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성장세인 만큼 새로운 개념의 숙박 시설이 등장해도 거부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타이니 리조트는 장차 간삼건축의 리조트 브랜드로 시장에 안착시킬 계획으로 현재 1호점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아직 협의 중이지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잘 보여줄 만한 경관과 기후를 지닌 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 권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아웃도어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이유로 뚜렷한 사계절을 꼽는데, 최근 들어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와 유사하게 변화하면서 장차 호스피탈리티 산업 전체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생각의 공유 #1〉전.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이 돋보이는 의자 ‘스펙트라’.
공간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블라인드 테스트
〈생각의 공유 #1〉전
1979년 창립 이래 한국실내건축가협회(이하 KOSID)는 실내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지원하며 실내 건축 문화 발전에 지속적으로 이바지했다. 기획 전시 〈생각의 공유 #1〉도 마찬가지다. KOSID 소속 디자이너 60팀이 디자인한 의자 60개를 공개한 전시로, ‘의자를 디자인한다’라는 최소한의 합의만 도출한 채 디자인은 전적으로 각자의 재량에 맡겼다. 전시를 기획한 한광현 디자인A3 소장조차 “전시장에 결과물이 도착할 때까지 어떤 의자가 놓일지 전혀 예상을 못 했다”라고 언급했을 만큼 참가자들은 극한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재해석한 ‘Where do I exist? Where are you sitting?’. Design Project
예를 들어 ‘스펙트라Spectra’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소재들이 서로 충돌하는 소파 형태의 의자이며, ‘Where do I exist? Where are you sitting?’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1×1×1.5m의 전시 공간 위에 고스란히 구현해 의자라는 물체의 의미와 한계를 성찰하도록 했다. 공간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물성, 철학과 사유가 한데 집결된 것이다. 전시 부스는 벽과 천장이 없는 공간으로 개방했으며, 누구든 자유로운 동선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했다. 이는 참여 디자이너 개인의 명성에 관계없이 평등한 입장에서 각자의 디자인 스타일을 표현한 것이다. 부스와 리플릿에서 참여 디자이너의 이름을 찾기 어렵게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 결과 〈생각의 공유 #1〉전은 KOSID 회원들의 역량을 대중 앞에 선보이는 한편,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다. kosid.or.kr
주최 KOSID, 메쎄이상
기획 한광현
운영 김정곤(비트윈스페이스), 박경식(아키모스피어), 이광훈(길자스페이스디자인), 임도제(디스림), 최준영(아키앤디자인)
부스 디자인 신용환(NDBC), 김대성(디자인토큰)
리플릿 편집 및 디자인 신중배, 김유진, 유형일, 최다영(논스페이스)
협업 메라톤, 플레이스 매거진, 연성대학교 한광현
디자인A3 소장 & KOSID 운영이사
한광현
“KOSID의 허혁 회장과 김정곤 부회장의 권유로 전시 총괄 기획을 맡게 됐다. 디자이너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디자인 언어와 본질적 사고를 밖으로 꺼내 선입견 없이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시 주제를 정했다. 개인의 경력, 디자인 회사의 타이틀과 인지도 등 어떤 것도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디자이너가 참여할 방법을 고민했다. 전시 배치에서는 그 누구도 피해 보지 않고 모든 작품이 돋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좌대 높이와 형태를 통일했다. 전시 리플릿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내용은 동일하지만 첫 페이지 디자인은 다르게 해 총 다섯 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다. 많은 이들로부터 편견 없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획으로 디자이너들의 생각을 공유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
자료 제공 메쎄이상, 간삼건축, K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