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본인 소개를 해달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1990년부터 2013년까지 큐레이터로 일했다. 2013년부터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 디렉터로 합류해 워크숍과 전시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 콘텐츠 개발, 기관의 방향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아부셰 워크숍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워크숍 초기만 하더라도 가구나 제품을 디자인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디자인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면서 이제는 가구와 그래픽, 건축은 물론 보석, 패션, 푸드, 조경, 모빌리티, 서비스 등 보다 넓은 영역을 포괄적으로 다루게 됐다. 시설 측면에서 보면 1990년대 초반 무렵에는 워크숍 참가자의 작업장과 숙소, 주방이 상당히 단출했지만 지금은 전용 욕실이 딸린 안락한 싱글 룸과 공용 룸을 갖췄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주방에서는 현지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한 수준 높은 메뉴를 제공한다. 드넓은 작업장과 전시장, 도서관을 확충하고 그에 따라 컬렉션도 늘어났다. 하지만 차별화된 워크숍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워크숍을 만들어가는 참가자, 강사, 그리고 워크숍 팀이 친근하게 교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2023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의 결과물.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워크숍에 참여 가능한가?
부아부셰 워크숍은 여전히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와 건축가, 전공 학생의 참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워크숍 참가 신청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 아티스트나 관련 비즈니스 업종 종사자, 일반인도 종종 참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참가자들과 교류하는 경험은 워크숍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옻칠 공예가 정해조와 코오롱FnC에서 전개하는 래;코드도 강사로 초청한 바 있다.
꼭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워크숍 주제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함께 워크숍을 이끌 수 있다. 공예가 정해조는 뛰어난 장인이고 래;코드 역시 두드러진 활동을 전개하는 패션 레이블이다. 우리는 워크숍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전문가, 기업은 물론 대학과 기관, 뮤지엄을 초대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매년 문화적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주제에 적합한 강사를 초빙한다. 이를 위해 우리 팀이 꾸준히 리서치를 하는 한편, 전 세계 큐레이터와 저널리스트에게 컨설팅을 받고, 예전 강사와 워크숍 수료생의 의견도 경청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킹할 기회를 제공한다.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 또한 그 자체로 넓은 의미의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지속하는 비결이 있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워크숍 강사를 인터뷰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창의적으로 진행한다. 이 모든 활동에는 다양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공감 능력과 상상력, 연구, 조직력, 소통 능력을 필요로 한다. 매년 참가자들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워크숍 주제를 정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특별한 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부아부셰 워크숍의 장점은 세상의 소음과 차단된 넓은 녹지에서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고 평화롭게 내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주제를 대하는 다양한 태도, 이론적 고찰, 실용적 접근법을 배우고 공유한다.
워크숍의 일환으로 직접 연을 만들어 날리는 참가자들.
올해 워크숍은 어땠나?
화창한 여름 날씨 속에서 열린,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생한 대화, 조화로운 소셜 라이프, 먹음직스러운 로컬 푸드로 가득했던 워크숍이었다. ‘흐름과 함께 성장하다(Grow with the Flow)’라는 주제로 모인 워크숍 강사와 참가자들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작업에 몰두했다. 강사들은 주제에 맞게 각자의 콘셉트에 따라 워크숍을 이끌었고, 그 결과물을 〈수목원–나무로 만든 우리의 세상(Arboretum–Our World Made of Wood)〉전에서 공개했다. 전시는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레퍼런스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나무의 뿌리, 줄기, 껍질, 가지를 활용해 연을 만들어서 날리고, 미세 녹조류 알게algae와 자라나는 버섯 균사체로 실용적인 물건을 만들거나 동물의 보금자리를 참고해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짓는 등 주제를 재해석한 여러 실험을 선보인 자리였다.
워크숍 기간이 아니어도 부아부셰를 방문할 수 있나?
3년 전부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매년 워크숍이 열리는 기간 전후로 개인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싶은 디자이너, 화가, 뮤지션, 작가, 영화 제작자 등 각 영역의 크리에이터들이 부아부셰의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사진 제공 CIRECA - Domaine de Boisbuchet, boisbuchet.org
-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 마티아스 슈바르츠클러스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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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매년 여름이면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부아부셰성 일대에서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이 열린다. 약 10주 동안 글로벌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주 단위로 여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몰려든다. 이곳의 디렉터 마티아스 슈바르츠클러스Mathias Schwartz-Clauss는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이사장을 지낸 설립자 알렉산더 폰 페게작 Alexander von Vegesack과 함께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Share +바이라인 : 글 서민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