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트워크가 디자인한 〈미술관-탄소-프로젝트〉 웹사이트.
〈미술관-탄소-프로젝트〉 주요 그래픽.
〈미술관-탄소-프로젝트〉 2022
국립현대미술관
2022년 8월부터 10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미술관-탄소-프로젝트〉는 그 이름처럼 미술관의 탄소 배출량을 단서로 인류세 시대에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다원 예술 프로젝트였다. 성용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 디자인과 전시 기획의 순서를 바꿨다고 설명한다. “전시 디자인이 먼저 물질적이거나 개념적인 틀을 제안하고 전시 기획으로 이를 관객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이라 전시의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전시를 물리적으로 구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있어 실험적으로 시도할 수 있었다.” 이 전시는 모두가 입을 모아 위기라고 하지만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현실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그는 “대형 현수막을 만들어야 하는지, 냉난방 기기를 켜야 하는지 같은 보다 쉬운 문제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적이고-바람직한’ 혹은 ‘바람직하고-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묻는 문제까지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필요성의 동감만이 그 문제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정
그래픽 디자이너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무엇이었나?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하기에 앞서 탄소 중립적 지침부터 제작했다.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에 따라 제작 방식, 디자인, 편집 등 다방면으로 조사한 값으로 지침을 제작했고 그 지침에 따라 브로슈어, 월 그래픽,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예를 들어 인쇄 매체는 모두 흰색 종이에 검정 글씨로 흑백 인쇄하고, 디지털 매체는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검정 배경에 흰색 글씨로 디자인한 것이다.
마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한 나눔글꼴에코 서체를 들고 왔다.
2011년에 등장한 나눔글꼴에코는 꽤나 독특한 위상에 있다. 기존 나눔글꼴 대비 35%나 잉크를 절약할 수 있고 인쇄 비용도 절감하며 잉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위상이 어떤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도록 중 ‘디자이너의 글 김병조’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책에 사용할 활자체로 획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아끼는 콘셉트의 활자체가 몇몇 거론되었으나, 그렇게 잉크를 아끼고 싶으면 인쇄를 안 하면 될 일이다.” 디자이너에 따라서 잉크를 아끼는 구멍 뚫린 서체는 사용하기 싫은 (혹은 까다로운) 것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탄소 중립’의,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실패’한 위치에 있는 나눔글꼴에코를 집요하게 사용해보기로 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계획과 달리 난감한 부분은 없었나?
과감한 활자체의 사용이나 정보의 생략 등 공공 기관에서 받아들이기 다소 어려운 방향이라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큰 난관 없이 결정되었다. 기존 전시 디자인 대비 제작해야 하는 항목이 50%가량 줄어들어 디자인하는 시간과 제작 용량이 줄고 그만큼 전력 소모도 줄었다.
의식적으로 절약하거나 바꿔보려는 지점이 있었다면 말해달라.
탄소 중립적 지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전시 디자인에 지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미술관 내 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침 교육과 배포에 신경 썼다. 모든 미술관 직원들이 탄소 중립적 지침을 인지하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과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지금 전시 디자인에 주목하는 이유 기후 위기 앞 전시 디자인의 별일 - “- 하지 않았다.”
-
우리는 이 전시를 준비하며 출장이나 이동(인쇄 감리, 대면 미팅 등)을 최소화하고, 그동안 당연시했던 초청장, 초대권, 포스터 등을 제작하지 않았다.Share +바이라인 : 글 윤솔희 객원 기자 담당 박슬기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