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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K-pop Essay Mix 3 민희진이 뉴진스를 디자인하는 방법
“하니가 나라고 고백한 아이폰을 비롯해 최고의 디자인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을 떠올려보니 역시 그 핵심은 미학적 아름다움에 담긴 심플하고 직관적인 기능성이다.”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에서 하니가 스스로를 아이폰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에서 “미친!”이라는 외침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너희들이 지금 사용하는 아이폰이 네 삶의 무엇을 바꿨는지 모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뉴진스라는 새로운 그룹이 만들어내고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미묘한 디테일과 직관적인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그것의 본질을 아직도 알아채지 못하는 소위 전문가들에게 던지는 유쾌한 도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도발에 발끈하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 겨우 반년 남짓한 시간 동안 뉴진스는 케이팝의 지형을 중심부에서 뒤흔들고 있지만 나를 포함해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찜찜함이 있다.

우선 고백하건대, 음악을 평하는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이 느끼는 그 어떤 지루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의표를 찔렸다는 사실도 함께. 단 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아직 보여준 것이 적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도어의 수장 민희진이 뉴진스를 프로듀싱하는 방식을 보며 기존에 케이팝을 제작하고 홍보해온 방식과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서로 다른 콘텐츠와 이미지의 놀랍도록 유기적인 연결성과 그것이 주는 일체감이다. 뼈아픈 말이지만 영미권 팝 음악의 트렌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케이팝의 음악 그 자체는 유기성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그래서 ‘누구누구만의 사운드’라는 것도 (허상까지는 아닐지라도) 환상이거나 과장일 수밖에 없겠다. 그런데 뉴진스에게는 뉴진스만의 사운드나 감각이 느껴진다. 이것은 실로 유쾌한 경험이다.

이 차이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단순히 어떤 아이디어나 콘셉트의 문제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디자인’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과 감각의 차이가 아닐까? 케이팝은 과거에 주먹구구식 판단으로 흘러가는 논리적이지 못한 산업이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팀이 왜 이런 음악을, 왜 지금, 왜 이런 패션이나 춤과 함께 선보이는지에 대해서 만든 이의 확고한 이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이다. 그게 유행하니까, 유명한 가수가 그렇게 부르니까, 원래 한번 이렇게 했으면 다음엔 이렇게 해야 덜 지루하니까.

그런데 이 같은 진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위에 언급했던 지루함은 다시 말하면 산업적인 전략만 있을 뿐 디자인이 실종된 기획에 대한 답답함은 아니었을까? 뉴진스를 보면 이 같은 답답함이 일소에 해소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뭐가 답답한지 몰랐는데 가슴이 뻥 하고 뚫리는 쾌감’ 같은이 기분은 평단과 대중을 가리지 않고 파고든다. 아마 이 차이는 이 기획의 마스터마인드인 민희진이라는 사람의 경험이나 비전, 배경과도 분명히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아트 디렉터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오며 사운드와 이미지라는 개별적 요소를 넘어 그것이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 최적화된 인물. 역시나 그의 오롯한 홀로서기인 뉴진스라는 그룹 역시 그런 디자인적인 감각에서 접근하고 있음이 확연히 느껴진다.

하니가 나라고 고백한 아이폰을 비롯해 최고의 디자인들이 갖는 공통된 특징을 떠올려보니 역시 그 핵심은 미학적 아름다움에 담긴 심플하고 직관적인 기능성이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와닿아야 한다는 것. 케이팝이라는 제품의 본질을 다시 떠올려본다. 언제부턴가 맥시멀리즘을 정체성이자 틈새시장의 전략으로 삼은 이 산업이 걸어온 시간이 벌써 25년이다.

그래서 더더욱 누구나 생각은 해봤지만 불가능할 거라 믿었던, 정교하고 세련된 만듦새와 직관성이 공존하는 대중적인 그룹이라는 미션은 케이팝이라기보다는 안티-케이팝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여기 지난 반년간 뉴진스가 내놓은 6개의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그 증거다. 6개의 음악은 기본적인 사운드 시그너처와 분위기를 명료하게 전달하고 예외 없이 중독적이다. 사람들은 그게 무슨 장르인지 궁금해하지 않으며, 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관? 그딴 게 뭔데? 뉴진스는 심플하고 힙한 템플릿을 던질 뿐이고, 그걸 세계관으로 각색하는 건 당신들이다. 그게 민희진의 ‘디자인’이 아닐까.




음악 평론가이자 음악 인류학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워싱턴 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팟캐스트 ‘롤링팟’을 진행하며 저서로는 〈힙합, 우리 시대의 클래식〉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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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영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