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에 대한 기사나 논문을 찾아보면 하나같이 낙관적인 미래를 점치고 있다. UAM은 미래 모빌리티의 총아이며 새로운 산업의 솔루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UAM의 미래는 이상하게도 결코 밝지가 않다.
이야기는 1998년, 당시 내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정릉동이라고 하면 다들 좋은 동네 산다고들 했다. 어느 날 집 앞에 내부순환도로가 생겼다. 월요일 새벽 6시에 그 도로가 꽉 찬 모습은 놀라웠다. 그때 서울이라는 도시에 길 하나 새로 뚫는 것은 막히는 길 하나를 추가하는 것 외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사는 경기도 안양과 의왕도 마찬가지다. 이 도시들에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등 새로운 도로가 많이 생겼는데, 항상 수많은 차들이 그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도로가 생기기 전 그 차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가 지금 나타나서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일까? 이곳에서도 새로운 도로는 새로운 교통 체증의 추가일 뿐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도로 교통에 대한 고매한 연구가 많겠으나 필자 혼자서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로를 새로 짓는다는 것은 자본을 새로 투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본을 따라 몰린다. 백화점이 새로 생기면 백화점으로 몰리고 신도시가 생기면 또 신도시로 몰린다. 도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도로를 지어놓으면 다른 데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본을 따라 그 도로에 몰린다. 그러므로 교통 혼잡을 줄이고 싶으면 새로운 도로를 뚫을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집중을 막아야 한다. 도시의 밀도 자체를 떨어트리지 않는 한 뭘 해도 혼잡을 막을 수는 없다.
UAM도 마찬가지다. 도심 교통 체증 해결의 대안으로 UAM이 떠오르고 있지만 UAM의 노선도 결국 사람이 많이 몰리는 쪽으로 정해질 것이다. 교통 체증 해결의 대안이 되려면 교통 체증이 심한 지역에 UAM을 배치해야 할 테니 말이다. 서울 강북의 경우 광화문과 종로, 을지로, 퇴계로, 신촌, 마포 등 교통량이 몰리는 곳에 UAM 노선이 배치될 수밖에 없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UAM은 교통 체증의 해소가 아니라 또 다른 교통 체증의 층위를 하늘에 하나 더 추가하는 것밖에 안 될 것이다. UAM은 곧 자본을 의미하니 사람들이 더 몰릴 것은 분명한 노릇이다. 결국 지상 교통이 체증을 일으키는 만큼 UAM도 체증에 갇히게 될 것이다.
내가 예상하는 가까운 미래의 UAM 풍경은 더 쾌적해진 도심 교통이 아니라, 도로는 꽉 막혀 있고 하늘에도 UAM들이 붕붕거리며 가득 떠 있어 위아래가 꽉 막힌 디스토피아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디스토피아를 싫어하거나 괴로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모든 사람이 교통 체증을 괴로워하지는 않듯이 말이다. UAM의 낙관적인 미래를 점치는 논문의 필자들, UAM으로 돈 버는 사람들, UAM에 관련된 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은 디스토피아의 풍경을 즐길 것이다. 미세먼지로 가득 찬 끔찍한 한국, 중국, 인도의 대기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지금까지는 넓은 차원에서 본 UAM이고, 개별 UAM의 운항에 대해 생각해보자. UAM도 항공기이므로 항공관제를 받아야 하는데, 기존 항공관제 절차는 대단히 까다롭고 어렵다. 외워야 할 것도 정말로 많고, 철저히 항공관제의 절차와 명령에 따라 운항해야 하므로 자유가 전혀 없다. 누군가 세스나 172 경비행기를 몰고 김포공항을 이륙할 수 있다고 해도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자유는 대한민국에서는 0%다.
공항에서는 그나마 항공기 운항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위해 활주로, 공역 등 장애물이 거의 없는 공간을 제공하지만 UAM이 운항할 도심에는 장애물이 정말로 많다. 게다가 다수의 UAM이 동시에 같은 항로로 비행하거나 같은 착륙 지점을 향해 비행하는 경우 심각한 사고가 날 수 있다. 기존의 도심 교통은 평면 위의 X축과 Y축으로만 다니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했지만 UAM이 운항하게 되면 수직 축인 Z축이 추가되어 교통의 혼잡도와 위험도가 대폭 상승한다. 지상에서의 교통사고는 차를 길 옆에 세워놓고 옥신각신할 수 있으나 하늘에 떠 있는 UAM끼리 충돌 사고가 나면 X, Y, Z 세 축 모두 위험에 빠진다. 따라서 UAM 관제는 기존의 항공관제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문제도 다 기술로 풀 수 있을까? 1901년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누군가가 그랬다. 이제 전 파로 모든 통신을 다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사람들은 더 많이 돌아다녔다. 그 이유는 라디오가 나올 때 라디오만 나온 것이 아니라 비행기도 나오고(1903년), 그 몇 년 전에 자동차가 나와 있었고(1886년), 그뿐만 아니라 근대 문명을 이루는 모든것이 쏟아져 나오면서 산업 규모도 커졌고 사람들의 이동성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본격적인 모빌리티의 시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세상에 나왔다. 모빌리티의 추세를 읽지 못한 사람의 잘못된 관측이 라디오의 시대를 잘못 읽어낸 것이다. UAM의 미래에 대한 나의 비관적 관측이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계 비평가로서는 ‘개망신’이겠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지 않다.
기계 비평가. 〈페가서스 10000마일〉, 〈조춘만의 중공업〉(공저), 〈우주 감각: NASA 57년의 이미지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공저),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공저), 〈기계비평〉 등을 썼다. 현재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Design Essay UAM이 만들어낼 디스토피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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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로는 새로운 교통 체증을 추가할 뿐이다.”Share +바이라인 : 이영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