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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친애하는 서울시장님께

저는 시장님을 모릅니다. 몇몇 시 행사에 불려 가 먼발치에서 환영 인사 하시는 모습을 본 것이 고작이죠. 아, 하지만 인연은 꽤 깊네요. 서울시장 4기 시절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작가로 참가한 적이 있거든요. 사실 그땐 사회에 막 진출한 새내기 디자이너라 이력서에 한 줄 쓸 요량으로 발을 담근 건데 결과적으로 그리 쓸모는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네요. 드라마틱한 시장님의 복귀는 잘 지켜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시 슬로건 ‘서울 마이 소울’의 최종 디자인을 공개했죠. 선정 과정에서 꽤 진통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디자인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자초지종을 묻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군요. 그래도 뭐, 이게 다 교훈 아니겠습니까? 디자인을 보는 시민들의 눈높이가 15년 전보다 많이 올라갔다는 방증일 테니 아무쪼록 새겨듣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이슈를 포함해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 중에는 솔직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저는 이번호 월간 〈디자인〉이 특집 기사로 다룬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다른 희망을 봅니다. 무엇보다 진화나 개발이 아닌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좁게는 열린송현녹지광장부터 넓게는 ‘땅의 도시’ 서울까지. 이미 이 도시의 DNA에는 10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잠재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기자의 원고를 하나하나 읽으며 조병수 총감독 이하 큐레이터들이 그 사실을 명확하게 직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멋진 행사에 월간 〈디자인〉이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쁩니다. 다만 건축가들의 진지한 탐구가 그저 일순 빛을 내고 사라지는, 행사를 위한 행사로 휘발되어버릴까 걱정도 되네요. 건축가들의 제안을 모두 현실화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최소한 이 도시의 백년지대계를 설정하는 실마리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울의 미래를 빚어나가는 주역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이방인 창작자가 아닌, 이 도시에 머물며 일상을 경험하고, 고민하고, 교류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혹여 제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면 심소미 독립 큐레이터가 이달 월간 〈디자인〉에 투고한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리뷰 기사를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서구 중심이었던 건축계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답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건축이나 디자인 정책은 영양가 없는 수다에 불과하죠. 최근 디자인서울 2.0을 발표한 서울시가 꼭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번 수취인 불명 같은 글만 쓰다가 누군가를 향해 레터를 쓰려니 조금 낯서네요. 하지만 저 같은 필부의 글을 읽을 여유 따위 없을 시장님에게 가닿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용기를 내어 몇 자 적어봅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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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