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Design Essay 서울에 어울리는 것

목표
네가 말했다
비전
네가 재차 힘주어 말했다

네 목소리에 매가리가 없었다

가장 먼 곳을 떠올렸네
가장 강한 것을 갖고 싶었네

마천루 옥상에서 보는 별은 커다랗지
손을 내뻗으면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

수천 개의 계단을 걸어 내려와
지면 위에 섰을 때
바람이 불었다

안착인가, 불시착인가

훈훈한 흙내가 났다
작정하고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순리대로 몸피를 키우는 냄새

시간이 천천히 흘렀네
둘러싸고 싶었네
둘러싸이고 싶었네

서울은 한 번도 쉰 적이 없었잖아?
제대로 쉬지 못해서
목이 쉬고 밥이 쉬듯 말라갔잖아

돌짬에서 피어난 꽃
지하에서 지상으로 끊임없이 올려 보내는 물
지치지 않는 초록
이름 모를 벌레
솟구치듯 날아오르는 새

내밀힘인가, 안간힘인가

새싹
내가 말한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말한다
함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태어난
가장 약한 목소리로 말한다

목소리는 퍼져 나간다
둘러싸고 둘러싸이며
거미줄은 끊기지 않는다

 

서울에 어울리는 것
서울에 여울지는 것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인생의 절반을 서울에서 살았다. 시를 쓸 때 가장 멀리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5월, 시집 〈없음의 대명사〉를 냈다.

Share +
바이라인 : 오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