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타인이 나를 설명하고 묘사하는데 스스로 인식하던 자신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 말이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은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수없이 한다. 경험 설계 과정에서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프로덕트에 매몰되어 잠재적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역설적이게도 몰입이 실책이나 오류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피드백의 가치를 인지해야 함을 방증한다. 사용자의 요구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오늘날 사용자 경험에 대한 피드백과 이를 통한 프로덕트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기능이 탁월하고 아름다운 프로덕트일지라도 사용자가 이해하지 못해 편리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리텐션은 감소하고 서비스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언제나 자신의 프로덕트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방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디자이너에게 전달되는 사용자의 피드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사용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데이터를 형성한다. 그 경험과 감정이 디자이너에게 전달되는 것이 바로 피드백이며 이는 칭찬부터 불만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디자이너가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 중심의 플로를 설계하는 스텝 중 하나다. 사용자의 피드백과 개선 과정이 모이면 프로덕트는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성장한다.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가장 집중한 부분 역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용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프로덕트 경험 설계를 향상하기 위해서였다. 사용자가 없다면 피드백도 없고, 개선점을 찾지 못한 프로덕트는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당시 받은 다양한 방식의 피드백은 프로덕트 초기 구성과 개선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고, 서비스는 성장 궤도에 안착할 수 있었다. 피드백과 개선의 반복 과정을 통해 프로덕트가 탄탄하게 구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덕트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 활용 방법은 무엇일까? 피드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먼저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해야 하며, 실질적 문제가 존재한다면 개선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피드백의 정성적 데이터와 정량적 데이터를 분석해 주요 페인 포인트를 식별해야 한다. 사용자 니즈를 파악해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은 그다음 순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을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딥다이브를 통해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는 과정을 거칠 때 피드백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판단이 이루어진다.
뱅크샐러드에는 피드백을 십분 활용하며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3개의 축이 존재한다. 첫 번째 축인 전문가 리뷰(expert review)에서는 셀프 리뷰(디자인 원칙 체크 리스트)와 피어 리뷰(디자인 톡), 중앙 조직 리뷰 (주간 리뷰) 총 3개의 레이어를 활용해 UX 전문가들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두 번째 축인 사용자 조사(user research)는 심층 인터뷰(in-depth interview), 사용자 테스트(user testing) 등의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 중심의 제품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마지막 축인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은 사용자가 남긴 무언의 피드백인 데이터를 분석해 그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고 각 퍼널(funnel)의 전환과 이탈, 사용 전환(tipping point)과 현상에 대한 근본을 유추한다. 뱅크샐러드의 디자이너들은 이 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분석해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주요 임무다. 이 숙명 같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업을 뚜렷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와 기회를 발견하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설계한 프로덕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테니까.
뱅크샐러드에서 근무하는 Core UX 프로덕트 디자이너. 뱅크샐러드 대출 서비스 UX 설계를 이끌고 있다. 과거 트래블월렛 창립 멤버로, 테크핀 서비스 트래블월렛을 론칭했다.
- Design Essay 피드백이 디자이너에게 주는 가장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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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없다면 피드백도 없다. 개선점을 찾지 못한 프로덕트는 시장에서 도태된다. 피드백의 정성적 데이터와 정량적 데이터를 분석해 주요 페인 포인트를 식별해야 한다.”Share +바이라인 : 이한솔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