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예배당 천장에는 홍송 830여 그루가 설치되어 있다. 수직으로 서 있는 나무는 살아 있음을 상징하며, 이것은 기독교적 구원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1953년 완공한 롱샹(Ronchamp)성당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대표적인 후기 건축물이다. 섬세하게 조절한 채광과 유기적 곡선은 구원을 향한 인간의 의지를 건축 언어로 승화시키며 큰 감동을 준다. 실제로 그는 건축이 ‘감동 기계(machine mouvoir)’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남서울은혜교회 선교센터 생명의 빛 예배당은 르코르뷔지에의 이런 정신과 철학을 고스란히 계승한 듯하다. 현재 이곳에는 은퇴한 선교사들의 마을을 짓고 있는데, 남서울교회 은혜센터가 일종의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로 이뤄진 건물 외관은 일반적인 현대 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3층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외관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순간 압도당하고 만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홍송 83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는 이 공간은 종교적 거룩함과 신성함을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공간의 콘셉트가 나오기 전에 소재가 먼저 정해졌다는 것.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는 어느 한국인 사업가가 예배당 건립에 사용하라며 최고급 목재를 대량 기증한 것인데, 건물 디자인을 맡은 신형철 건축가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홍송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통나무집의 재료다. 나무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통나무 집이 떠오를 정도인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그가 생각한 묘안은 나무를 세로로 세워 공중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가로로 뉘어 쌓는 통나무집의 원시적 공법을 배제하고 홍송을 세로로 세움으로써 발상을 전환시키고 동시에 생명과 구원이라는 종교적 의미까지 담아낸 것이다. 수백 그루의 나무가 위아래로 철골 격자에 의지한 채 거대한 돔 형상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돔이 고대로부터 세상을 상징하는 건축 언어였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3 홍송으로 지은 예배당은 현대적 외형을 지닌 건물 3층에 위치한다.
4 건축가는 공간뿐 아니라 촛대, 진열대 등 공간 안의 거의 모든 요소를 디자인했다.
엄청난 물량의 나무를 공간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설계에만 무려 3년이 걸렸고 완공까지는 꼬박 6년이 걸렸다. 신형철 건축가는 가톨릭과 구분되는 개신교만의 공간을 찾는 데에도 주력했다. “가톨릭 교회 건축과는 다른 개신교 교회의 공간적 특징을 찾았는데, 그 결과물이 원형 예배당과 상징적 오브제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원형 예배당은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함을 의미한다. 그는 설교 강단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둥근 예배당 의자로 원형 공간을 구성한 뒤 중앙에 가는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십자가를 세웠다. 십자가 아래에는 물을 채워 넣었는데 이것은 세례 행위를 상징한다.
치열한 신상 파괴 운동을 거친 개신교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 생명의 빛 예배당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신형철은 그동안 교회 건축에서 등한시했던 스토리텔링이 복원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교학자 M.엘 리야데(M.Eliade)는 <성과 속>에서 기독교인의 공간은 균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모든 공간은 동등하다는 데카르트식 사고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도시의 색깔과 느낌, 공간의 질감이 자연에서 오는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종교 건축을 하는 건축가로서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경 속 불타지 않는 떨기나무와 같이 신성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생명의 빛 예배당을 통해 깊이 있는 철학과 크리에이터의 의지만이 공간에 새로운 감동을 부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1 예배당 중앙의 십자가는 얇은 알루미늄 봉을 불로 지져 완성했다. 연약하고 앙상한 형태와 구멍 뚫린 질감이 조화를 이뤄 십자가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2 예배당 공간은 총 12개의 원형으로 이뤄져 있다. 12라는 숫자는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한다.
Interview
신형철 그르노블 국립 건축 대학교 디자인과 교수
“종교가 예술을 찾았을 때 그 감동이 더해진다.” 어떻게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5세 무렵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 12세 되던 해 르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을 보았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당시 느꼈던 벅찬 감정과 호기심에 이끌려 건축가의 길을 택하게 됐다. 이후 개신교 교회 공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남서울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새 예배당을 짓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톨릭 문화권인 프랑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이 건축 세계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
가톨릭 문화권에서 성장했기에 종교 건축을 더욱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조형 언어에 거부감이 없는 가톨릭은 예로부터 예술 활동에 앞장섰다. 반면 회화나 조각을 우상으로 봤던 개신교는 상대적으로 이런 성향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건축가로서 종교가 예술을 찾았을 때 감동이 더해진다고 생각했다. 생명의 빛 예배당을 신의 언어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지은 것 역시 이런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개신교도 앞으로는 좀 더 감동과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길 바란다.
현대적인 외관과 나무를 주요 소재로 한 내부가 대조를 이뤄 흥미롭다.
내부와 외부가 다른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건축은 안팎의 구분이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다. 반전이 있는 공간을 만났을 때, 감동은 배가된다. 유리나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현대적 소재는 예배당의 나무를 보호하는 데에도 적격이다. 건물 지붕 부분에서는 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가 1~1.5m가량 간격을 두고 층을 이루도록 디자인했는데, 이런 방식은 나무가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손상되는 것을 막고 자연 통풍이 되는 효과도 있다.
교회 건축을 포함한 종교 건축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에는 “이것이 이것을 죽였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전자의 ‘이것’은 책이고, 후자의 ‘이것’은 건축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건축이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인쇄술이 발달한 이후부터는 책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종교 건축은 이야기를 상실했는데, 이와 함께 종교 건축의 감동도 사라져버렸다. 나는 건축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감동에 있다고 본다. 무조건 큰돈을 들이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해서 좋은 건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클라이언트 남서울은혜교회
건축 디자인 신형철
시공사 이랜드건축, 케이돔, 로하스건축
구조 설계 볼링거+그로만(Bollinger + Grohmann) 파리 지사
프로젝트 기간 6년
완공 시기 2014년 6월
주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봉미산안길 338-32
웹사이트 jesusville.org
- 신의 언어를 전하는 공간 생명의 빛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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